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2심 3차 변론에서 양사간 망 무상이용합의 존재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됐다.
넷플릭스는 2016년 최초 망 연결 당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은 망 무상이용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합의에 대한 증명을 못하고 있으며, 무상이용은 상식적인 국제 상거래 원칙에 전면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서울고등법원은 15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각각 서로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과 채무부존재확인을 목적으로 진행 중인 2심 소송 3차 변론을 진행했다.
2심 재판부가 확인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양사는 2015년부터 망 연결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고, 2016년 1월 미국 시애틀 인터넷교환노드(SIX)에서 처음으로 망을 연동했다. 이후 양사는 망 연결 지점을 2018년 5월 한국과 가까운 도쿄에 위치한 브로드밴드교환노드(BBIX)로 변경했다.
넷플릭스 변호인은 “2016년 1월 SIX 연결 당시 SK브로드밴드가 비용 정산을 요구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암묵적 무정산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2018년 BBIX로 연결지점을 옮긴 것 역시 데이터 전송 거리를 단축하기 위한 편의를 위한 것으로 합의가 유지됐다고 봤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2015년 10월 넷플릭스에 보낸 이메일에 '국제적 트래픽 연결과 관련해서는 비용 문제가 수반됨'이라는 문구를 적시, 망 이용대가를 요구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국제 트래픽 비용이 염려됨을 적시한 것'이라며 축소 해석했다.
다만, 넷플릭스의 암묵적 합의 존재 주장은 역설적으로 명시적 합의가 없었다는 점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계약서가 없어서 문제가 된 것”이라며 “소액거래도 계약서를 쓰는데, 명시적 합의를 기대하는 건 아니더라도, 묵시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볼 정황이 있느냐”고 넷플릭스 측 변호인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술 쟁점과 관련, SK브로드밴드 변호인은 “넷플릭스가 SIX 연결과 BBIX 연결의 특징을 왜곡하며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IX는 통신사들이 포트를 연결해 금액을 지불하고 데이터트래픽을 교환하는 장소다. SK브로드밴드는 2016년 미국 SIX에서 연결할 때는 포트 비용을 지불하면 어떤 사업자와도 무상 연결이 가능한 '퍼블릭 피어링' 방식으로 연결했고, 2018년 일본 BBIX에서 연결할 때는 상호합의가 필요한 유상 방식인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으로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는 폭증하던 넷플릭스 동영상데이터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2018년 넷플릭스 BBIX에 연결하며 전용회선을 구축했지만, 대가 지급 문제는 추후 논의하는 '오픈 이슈'로 남겨뒀다고 주장했다. 망 이용은 유상이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망 이용대가 지급을 요구했다는 논리다.
양측은 피어링의 특성과 관련해서도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넷플릭스는 통신사간 연동하는 국제간 '피어링'은 무정산이 일반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AT&T, 버라이즌, 오렌지 등 글로벌 통신사 피어링 정책을 보더라도 완전한 무정산은 없으며, 국제적인 상업 원리상 유상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7월 20일 4차 변론을 진행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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