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위원장이 내주 출범할 혁신위와 관련 공천룰이 핵심 의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천룰을 의제로 삼을지를 두고 당 내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답을 정해놓기보다 우선 당원 의견을 수렴해 의제 여부와 수준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재형 혁신위원장은 16일 전자신문과 통화에서 “혁신위 활동에서 공천룰은 당의 전체적인 혁신과 개혁 과정의 일부로 다뤄질 수 있겠지만, 그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검토는 해보겠지만, 의견수렴이 필요하고 전체 활동의 일부 정도로 공천룰이 혁신위를 대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혁신위가 공천룰을 다룰지 여부가 결국 당원 여론에 달려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앞으로 혁신위 활동에 유연성을 예고한 셈이지만, 반대로 최근 친윤계(윤석열)와 친이계(이준석)로 나뉘어 대립하는 세력간 기싸움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측면도 있다.
당 내부 분위기는 반반으로 갈린다. “당혁신 과정에 공천이 빠질 수는 없다”는 의견과 함께, “혁신이란 취지는 좋지만 지금 시기에서 공천을 건드릴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일부는 혁신위 출범 배경에 의도가 있다고 보는 한편, 이준석 대표가 굳이 '공천룰'을 언급해 당 분란을 부추긴 면이 있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가 최고위원 추천을 마무리했고 출범을 앞두고 있다”며 “어느 누구도 자기정치를 위한 의도를 혁신위에 담지 않겠다. 건전한 조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조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혁신위가 '이준석 사조직'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를 견제하는 발언을 한 셈이다.
혁신위 멤버로 추천된 인물 면면에서는 이 대표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도부 추천을 받은 인물은 한무경·김미애·서정숙 의원, 김종혁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 김민수 전 분당을 당협위원장, 이건규 전 서귀포호텔 사장 등이다. 아직 최 위원장이 추천하는 외부인사들이 남았지만, 현재로선 친이계로 볼만한 사람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공천룰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혁신위가 이를 배제하고 가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공천룰 자체를 수정하는 것은 분란의 여지가 크지만, 적어도 현재 공천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 등은 짚어보는 것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이번 혁신위에서 공천룰을 손봐도 총선에 임박해 해당 논의가 다시 재기될 수 있어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 내 갈등을 극복하고 애써 공천룰을 수정한다 해도 2년 뒤인 총선에서 차기 당대표에 의해 다시 바뀔 수도 있다”며 “굳이 누군가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안을 지금 다룰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 위원장은 현재 혁신위 멤버 7인에 더해 외부 위원 7인을 추가로 추천해 총 15인 체제의 혁신위를 다음주 출범시킬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혁신위 활동에서 일반적으로 그려지는 그림은 있지만, 우선 당원들의 의견과 국민 여론을 수렴·검토해 활동 우선 순위를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