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대면진료 싹 자르지 말아야

정부가 '배달전문약국'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전국 보건소에 지침을 내려 배달전문약국의 복약지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토록 했다. 위반 시 최대 1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배달전문약국은 비대면 진료 확산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약국이다. 환자가 직접 약사를 대면하지 않고 주문에 의해 약을 배달받는 형태로 비대면 진료의 완성을 위한 필수 서비스다. 핵심은 환자가 약을 제대로 복약할 수 있도록 전화나 서면으로 지도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현재 배달전문약국의 전화 복약지도가 비중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이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환자의 생명이 갈릴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는 어쩔 수 없는 수순이다.

하지만 이제 막 꽃피고 있는 비대면 진료의 싹을 자르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 실제 비대면 진료 업계는 이번 조치로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과 확산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지 우려한다. 이미 약사 단체로부터 폐지 압력을 받고 있는 배달전문약국에 정부 제재 압력까지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규제혁신 방안에는 이해당사자간 갈등 해결이 주요 과제로 포함됐다. 상생혁신펀드를 조성하고 갈등해결형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배달전문약국은 비대면 진료를 둘러싼 무수한 갈등의 일부분일 뿐이다. 필요한 점검은 하더라도 신산업의 출현을 저해하지 않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