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국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원구성을 위한 마라톤 회담을 제안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시간을 끌다 이제야 만남을 제안한다며 양보안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이날 여야 수석부대표간 만남이 이뤄져 향후 원구성 합의 여부를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공백이 20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우리 국회가 민생위기를 외면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민주당에 원구성 협상 마무리를 위한 마라톤 회담을 공식 제안한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물가 상승 등 민생 위기상황을 언급하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최근 정부의 민생 안정 정책 중 다수가 국회에서 법안 개정이 필요한 만큼, 최대한 빨리 상임위 원구성 등 국회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권 원내대표는 “민생보다 중요한 것은 없고, 여야가 동상이몽 해서는 민생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 이번주 안에 반드시 담판 짓는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하겠다”며 “민주당은 지체 없이 회담에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오히려 집권여당이 소극적인 자세로 시간을 끌고 있다며 결단을 보일 것을 요구했다.
박홍근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여당으로서 국민의힘은 성의 없이 시간만 끌지 말라”며 “국회의장을 선출해 시급한 민생 입법 처리와 인사청문 개최 등에 협조하든지, 민주당을 설득할 수 있는 양보안을 과감히 제시하든지 결단 먼저하라”고 반박했다.
마라톤 회담 제안에도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마라톤이 아니라 100m 달리기도 좋고, 철인경기도 좋다.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너무 뒤늦게 공개적 만남을 제안했다. 만시지탄이다”라고 평했다. 이어 회담 제안 수용 여부에 대해 “어떤 양보안을 갖고 계신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반면에 원구성 협상의 핵심 안건인 법사위원장 논의는 여전히 여야 어느 곳도 양보 의사는 물론 중재안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해 김기현 국민의힘,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문 조문을 조목조목 따지면서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맡는다고 간단명료하게 명기돼있다”고 강조했다. 법사위원장 논의가 양보의 문제가 아닌 여야 합의에 따른 원칙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의회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여당이 먼저 납득할만한 양보안을 제시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여야 협상 재개의 책임을 국민의힘에게 돌렸다.
한편 여야는 이날 오후 원내수석부대표 간 원 구성 협상을 위해 회동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들은 추후 다시 만나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