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은 일이 드문 우리 게임에 해외 게이머 시선이 모이고 있다. 매력 있는 콘텐츠 구조와 고품질 그래픽 등이 글로벌 이용자 감성을 제대로 저격했다. 하루 아침에 갑자기 가능하게 된 건 아니다. MMORPG를 주력으로 하면서 쌓은 기획, 프로그래밍 그리고 수준높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내수 시장에서의 피드백이 시너지를 일으킨 덕분이다. 기존 한국게임과 결이 다른 게임으로 '배틀그라운드' '로스트아크'를 잇는 K-게임 등장을 예고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 한국 게임은 글로벌 게임 시장에 '혁신이란 이런 것'을 각인시켰다. 서구시장에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공성전' '길드' 'PvP(이용자간 대결)', '효율' 등 한국적 감성이 듬뿍 담긴 콘텐츠로 기존 스토리텔링 방식에서 벗어난 경험을 이용자에게 선사했다. 이 당시 정립된 콘텐츠는 문법화되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스토리텔링보다는 이용자들이 직접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이 과정에서 기술을 통해 콘텐츠 재미를 전달하는 방법을 체득했다. 이용자 록인 기획기술은 독보적 수준으로 발달했다.
이 같은 기술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모바일게임 시대 들어 한동안 현금흐름 외에는 특출나게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한국게임은 다시 뛸 원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게임다운 게임으로 진화시킨 K-블록체인 게임
블록체인 게임은 201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나왔다. 수집에 집중한, 게임이라고 부르기 쑥스러운 게임이 주류를 이뤘다. 게임을 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례가 나오며 유명세를 탄 '엑시인피티니' 역시 같은 범주였다 P2E(Play to Earn)라는 설명이 딱 맞는 게임성이었다.
한국 게임은 P2E 패러다임을 P&E(Play&Earn)으로 바꾼다. 캐주얼 게임에서 벗어나 현재 주류게임 장르인 MMORPG, 전략을 비롯해 퍼즐, 캐주얼 심지어는 소셜카지노에도 블록체인을 결합한다. 블록체인 경험 자체를 고도화시키는 시도다.
위메이드는 미르4로 거대 게임에 블록체인 결합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세계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P&E 열풍에 불을 댕겼다. 컴투스그룹, 넷마블,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조이시티, 네오위즈, 네시삼십삼분, 액션스퀘어, 슈퍼트리, 엠게임 등 게임사는 핵심 IP에 블록체인을 붙여 새로운 게임시장에 대응하는 게임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글로벌 블록체인 게임 수요에 비해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K-게임이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평가다.
◇역사와 전통의 서구·일본 게임사와 맞붙는 K-게임
한국은 세계 네 번째 게임 시장이지만 고품질 패키지 게임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품질 패키지 게임은 늘 북미와 일본 그리고 유럽에서 나왔다. 소프트웨어에 지출을 꺼리는 인식과 가정용 게임기(콘솔)가 자녀 공부에 방해된다는 인식 때문에 보급이 되지 않은 관계로 내수시장이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수 시장이 포화에 이르고 주요 수출지인 중국 게임 제작 기술과 자금, 정부제도 등이 우리를 뛰어넘음에 따라 2000년대 초반 명맥이 끊겼던 패키지 게임 제작이 다시 시작됐다. 디지털 다운로드 시장의 활성화로 패키지 게임을 반드시 패키지로 만들어 유통할 필요가 없어 글로벌 진출이 쉬워졌다는 것도 한몫한다. 그 동안 쌓인 기술과 기획력으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서구와 일본 게임사와 정면으로 대결을 펼치는 수준의 기대작들을 개발한다.
현재까지 기대감은 크다. 펄어비스는 세계 3대 게임쇼로 분류되는 독일 게임스컴에서 '도깨비'로 그 누구보다 큰 관심을 받았다. 시프트업은 플레이스테이션 진영 최대 규모 쇼케이스에서 오프닝을 맡으며 화려하게 신고식을 마쳤다. 네오위즈 'P의 거짓말'이나 엑스박스 진영의 간판 캐주얼레이싱이 될 넥슨의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등을 비롯해 크래프톤, 라인게임즈, 스마일게이트 등도 세계 시장에서 '날뛸' 준비를 하고 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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