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지역이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새로운 전장으로 급부상했다.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친환경차 개발 경쟁이 격화되면서 세계 '바이오 연료' 시장을 주도하는 남미가 주목받고 있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닛산자동차가 소형 다목적 스포츠카(SUV) '킥스'를 생산하는 브라질 공장에 2억5000만달러(약 3225억원)를 투자한다고 보도했다. 킥스의 생산 효율을 높이는 한편 신모델 생산 체계를 정비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해당 공장에서 제조하는 킥스는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 에탄올, 휘발유, 혼합연료 등으로 주행하는 이른바 '플렉스 연료차'다. 휘발유 차량과 같은 구조의 엔진을 탑재했지만, 부식 방지 가공 기술과 연료 혼합 비율 검출 기능 등을 추가 적용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식물 유래 바이오 연료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휘발유 대비 최대 90%가량 적다. 최근 탄소중립이 미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가 바이오 연료 생산 대국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프랑스 르노, 일본 미쓰비시와 연합전선을 구축한 닛산은 바이오 연료 배터리로 달리는 전기차도 개발 중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연내 바이오 연료 차량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2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오는 2026년까지 남미에 총 10억유로(약 1조3587억원)를 투자한다. 바이오 연료를 비롯한 청정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브라질에 바이오 연료 연구개발(R&D) 거점을 구축하기도 했다.
폭스바겐은 높은 배터리 비용 탓에 내연기관차 대비 10% 이상 이익률이 떨어지는 전기차 대신 바이오 연료 차량을 개발, 인도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실제 인도 정부는 지난해 대기오염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주요 완성차 기업에 바이오 연료 차량 생산을 요구했다.
토요타는 남미에서 바이오 에탄올과 휘발유를 혼합한 연료로 달리는 하이브리드차(HV)를 개발해 판매 중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이달까지 아르헨티나 공장에 3억달러(약 3870억원)를 투입, 바이오 연료 관련 차량의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40%가량 끌어올릴 계획이다.
닛케이는 현재 각 지역 에너지 특성에 따른 맞춤형 탄소중립 모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프라 부족 등으로 국제기구가 제시한 탄소중립 목표를 충족시킬 수 없는 국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남미는 바이오 연료 기반 차량 기술을 겨루는 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