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조 육박했던 국내 게임기업 시총, 2년 만에 반토막

80조 육박했던 국내 게임기업 시총, 2년 만에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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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조원에 육박했던 게임업계 시가총액이 2년 만에 반토막 났다. 금융시장 불안 등 다양한 경제 요소가 작용한 결과지만 게임 경쟁력 추락이 근원적 문제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달 24일 종가 기준 게임주 총 시가총액은 45조여원이다. 2년 전인 2020년 6월 23일 종가기준 대한민국 게임상장사 시가총액은 67조원을 돌파했다. 당시 상장을 계획하고 있던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추정가치를 합치면 80조원에 육박했다. 2000년 이오리스가 코스닥에 게임업체 최초로 이름을 올린 후 20년 만에 5300배 성장하며 새로운 시대의 대한민국을 이끌 산업으로 주목받은 지 2년 만의 추락이다.

2년 전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나란히 시총 20조원을 돌파했고, 넥슨은 25조원을 넘어섰다. 현대차와 LG생활건강 등 대중 인지도가 높은 기업의 시총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코스닥에 상장된 펄어비스는 당시 바이오주 강세 속에서도 시총 6위를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국내 주요 게임사가 밀집해있는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전자신문DB)
국내 주요 게임사가 밀집해있는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전자신문DB)

현재 엔씨소프트 시총은 9조원, 넷마블은 6조원으로 50% 이상 추락했다. 넥슨게임즈는 1조원선이 뚫렸다. 넥슨과 펄어비스는 당시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2021년 고점에 비하면 아쉬운 결과다. 시총 13조원으로 가치가 가장 높은 크래프톤도 상장 직후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내려앉았다.

금융경제적 요인이 있으나 게임 경쟁력이 전체적으로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확률형 아이템, 중국판호 미발급에 시달리던 때보다 좋지 못한 결과는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의문을 자아낸다.

게임산업은 지난 2년간 비대면·디지털 여가문화가 확대되면서 산업적 성과와 대중적 인지도, 긍정 인식을 확보했다. 하지만 게임 내적으로는 정체된 모습을 보여 줬다. 확률형 아이템 수익모델에 집중, 비슷한 게임이 범람했다. 양산형 게임은 지속 출시됐고, 대형 신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건비 상승 속에서 게임 출시마저 늦어졌다.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는 기존 게임에 단순 코인에 매몰된 모습만을 보이며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는 게임이 엔데믹 시대 다른 여가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산업체급 자체를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모바일게임의 훌륭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고품질 PC, 콘솔 게임을 개발하는 한편 이용자 저항도를 낮춰 성장은 지속하고 반발을 줄여서 성장성을 확보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좋은 게임을 개발 흥행시키고 꾸준히 후속작을 내는 것이 기업가치를 지속 올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