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본거지 미국에서도 보편적 역무 재원 마련에 빅테크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상원에서 발의된 공정기여법(Fair Contribution Act)이 소위를 통과했다. 법안은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가 빅테크기 업의 보편적역무기금(USF) 징수 방안의 타당성에 대한 보고서를 발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미국에서도 공정하고 지속적인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플랫폼 사업자 참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은 취약계층 요금감면비를 통신 서비스 이용자가 부담하는 USF를 통해 충당해왔다. FCC는 분기마다 USF 지출 수요와 유·무선 전화 사업자의 매출액에 대비한 분담률을 산정, 사업자가 이를 기준으로 고객에게 요금 청구시 일정 비율을 부과하고 있다.
FCC는 그간 중복 지원을 방지하는 등 방식으로 USF 지출액 증가를 억제해왔다. 그럼에도 음성 전화 매출이 급감하면서 이용자 USF 분담금 부담이 가중돼 지난해 처음으로 분담률이 30%를 넘어섰다. 이용자가 음성전화 요금 10달러를 납부할 때 3달러 이상의 USF 분담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용자 불만이 고조되자 미국에서도 USF의 기금 조달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자 하는 요구가 커졌다. 특히 콘텐츠·플랫폼 등 온라인 서비스 매출에 분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대두됐다.
의회에서도 빅테크에 대한 USF 분담금 부과를 위한 법안이 등장했다. 상원의 공정기여법을 비롯해 하원에서는 FCC가 미국 내 이용자 수 3000만명 또는 세계 3억명 이상 등 적격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USF에 기여하도록 요구하는 규정을 공표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 역할 강화에 따른 USF 구조 재편도 야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정부 예산으로 저소득층 요금감면 지원을 확대하는 'EBB(Emergency Broadband Benefit)'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정부는 32억 달러의 예산을 편성해 통신비 월 50달러 및 PC·태블릿 구입 비용 100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미 의회는 EBB를 저렴한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ACP)으로 재편하는 내용의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켰다. 연방 정부가 10년간 총 1조 2000억 달러의 인프라 투자를 집행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망 투자와 요금 지원을 위한 중장기 정부 예산안이 확정된 만큼 중복 지원 등을 방지하기 위한 FCC의 USF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음성전화 이용자 과잉부담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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