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전기요금을 인상한 것은 한국전력공사 부실이 회생 불가능한 수준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전 부실화는 전력공급 안정성을 약화할 수 있어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전은 지난 1분기에만 7조787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냈다. 전력구입비가 큰 폭 증가한 영향이 컸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천연가스, 석탄, 석유 등 연료비 가격은 전년 대비 최대 3배 안팎 뛰어올랐다.
특히 천연가스 급등은 한전이 민간 발전사를 통해 전력을 구매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을 끌어올렸다. 2분기 한 때 육지와 제주 SMP는 ㎾h당 201.6원, 250.3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전의 6개 발전 자회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마저 연료비 지출이 큰 폭 늘었다. 통상 연료비와 전력구입비는 한전 영업비용의 60% 안팎을 차지한다.
그러나 연료비 상승에도 전기요금 인상은 제한적이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말 연료비 단가를 ㎾h당 분기별 ±3원, 연간 ±5원까지 조정 가능한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으나, 인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1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인하했고 같은 해 4분기 원상 복구했다.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 4월 전기요금에 포함되는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을 각각 ㎾h당 4.9원, 2원 등 총 6.9원 인상한 것이 전부다. 주요 선진국이 최근 연료비 급등에 맞춰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한 것과 대비된다.
한전 재무 상황은 악화일로다. 지난해 연결기준 차입금 잔액은 약 80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채비율은 223.3%로 2013년 이후 첫 200%대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10조원을 추가 차입했다. 해마다 지출하는 이자 비용은 2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없이는 한전 부실이 커질 수밖에 없고 결국 전력산업 생태계 붕괴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한전이 회사채를 발행해 전기를 사오는 초유의 위기 상황”이라면서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으면 한전이 투자를 못하게 되고 전력공급 안정성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한전이 내야 할 이자에 이자가 붙을 것”이라면서 “지난 10년간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전기요금은 오히려 인하 수준인 만큼 조금이라도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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