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기업을 만나 높은 물가 상승률을 심화할 수 있는 임금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기업 투자 환경에 대해서는 일관적이고 예측 가능하도록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추 부총리는 2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을 비롯한 경총 회장단과 조찬 정책간담회를 갖고 “일부 정보기술(IT) 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높은 임금 인상 경향이 나타나면서 여타 산업·기업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높은 임금 상승이 고물가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금은 기본적으로 생산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면서 “고임금이 다시 물가를 상승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IT기업과 대기업에서 고임금 현상이 확산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며 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도 전부 물거품이 된다”고 강조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각종 비용 상승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투자 확대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흡수하는 노력을 해 주면 감사하겠다”면서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경쟁적으로 가격과 임금을 올리기 시작하면 사회 전체의 어려움으로 돌아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손 회장은 “올해 4월 고임금 대기업의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그 재원으로 중소협력사와 취약계층의 근로 환경 개선 및 청년고용 확대를 회원사에 권고한 바 있다”면서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지나치게 올라 중소기업과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물가 인상을 가속화하는 것에 대해 기업들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투자 환경 개선도 강조했다. 최근 기업은 정부의 기업 주도 성장 기조에 발맞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026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등에 대해 45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그룹도 반도체·배터리·바이오를 중심으로 2026년까지 247조원, LG그룹은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에 106조원,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와 수소차에 63조원을 각각 투자할 계획이다.
추 부총리는 “최근 기업계에서 발표한 대규모 투자 계획이 실행된다면 생산성 향상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내수 경제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는 기업의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세제개편, 규제·노동시장 개혁을 확고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도 세제개편과 관련해 “7월 초 개선 건의 과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정부의 검토를 요청했다.
추 부총리는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간담회에서) 노동 문제, 교육 등 산업 인력 문제, 규제 문제 등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특히 투자 환경 개선에 정부가 나서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추 부총리는 “투자 환경 예측이 가능하게 해 달라고 했다”면서 “과거에 투자 관련 혼선이 있어 기업 경영에 에러가 많았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