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삼성전자가 출시한 '위드미' 삐삐 100만개 판매를 보증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대당 15만원 삐삐 100만개를 공짜로 뿌려 가입자를 확보하고, 1만원 가량 요금을 6개월~2년간 사용하도록 해 시간이 지날수록 원금 회수를 넘어 통신사의 수익률이 높아지는 구조를 확립했습니다.”
이문호 머큐리 대표는 최근 40년 비즈니스 경험을 집약해 출간한 '영혼 있는 도전' 책에서 서울이동통신 재직 시절 국내 최초 단말기 보조금 도입 일화를 소개했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 컴퓨터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서울이동통신 38세 최연소 임원, KTF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을 역임했다.
이동통신·정보통신기술(ICT) 세일즈맨의 살아있는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2000년대 중후반 KTF 재직 시절 약정기간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원하는 '쇼킹스폰서' 도입에 이어, 국내 최초 아이폰 도입까지 추진해 이동통신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국내 와이파이 기업 머큐리의 수장을 맡았다. 2021년 12월에는 정보통신방송기술 연구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 대표는 이와 같은 성공 비결에 대해 '틀을 깨려는 노력'이 밑바탕이 됐다고 단언했다.
그는 “기본 틀 내에서는 말 그대로 기본 밖에 못하게 된다”며 “반드시 기본 틀을 깨야 하며, 성공하든 실패하든 창의와 혁신 없이는 성공과 실적 향상이 없다는 정신을 밑바탕에 두고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한국 1세대 '세일즈 엔지니어'를 개척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도전 정신과 융합적 사고가 밑바탕이 됐다. 대학을 전자공학과로 입학했지만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해 '괴짜'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새로운 영역에 대한 호기심이 그의 도전을 막지 못했다.
이 대표는 “세일즈는 영업이고 엔지니어링은 기술”이라며 “TV를 판매할 때에도 제조과정에 대한 기술적 이해를 밑바탕으로 소비자 신뢰와 성과를 창출하는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개척했던 세일즈 엔지니어링은 이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보편화된 마케팅·영업방식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머큐리에서도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기존 와이파이 공유기(AP) 시장 경쟁력을 넘어 광케이블과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분야에 도전하면서 해외시장을 개척한다.
이 대표는 후배 직장인에게 '소통' '창의' '건강'을 강조했다. 그는 “요즘 직장에는 개인주의와 직무이기주의 등 조직 내 폐쇄문화가 팽배하다”며 “틀을 깨는 혁신 정신과 더불어 소통과 대화로 조직의 시너지를 내야하며, 건강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