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법 잇단 발의 속 '저장시설' 논의는 빠져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폐기를 공식 선언하면서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 관련 법안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원전 운영의 핵심인 중간저장 및 영구저장 시설 마련과 핵연료와 폐기물 구분 등의 논의는 빠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경남 창원 원자력산업현장 방문 이후 핵연료 및 고준위폐기물 관련 법안 발의가 국민의힘 의원들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동만, 황보승희 의원은 각각 24일과 28일 방사성폐기물관리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어 같은당 김영식 의원도 사용후핵연료관리특별법 발의를 계획중으로 현재 법안 초안을 작성 중에 있다.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의 주요 골자는 현재 원전에 저장된 핵연료 처분 및 이동이다. 수십년간의 고준위 폐기물 관리시설 부지 확보 노력이 모두 무산되면서, 원전내 임시저장 형태로 방치되어 있는 핵연료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다는 것이 목표다. 황보승희 의원은 여기에 지역별로 관리시설을 마련하고 지역 인구수에 비례해 핵연료를 저장하는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고리원전 전경.
고리원전 전경.

연이은 핵연료 처분 관련 법안 발의는 윤 대통령의 친원전 정책과 연관성이 높다. 다시금 원전 가동시간이 늘고 신규 원전 건설까지 예상되면서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처분부지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 셈이다.

반면, 현재 발의된 법안에 대해선 원자력계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정작 핵연료 보관시설과 이를 재처리 할 지 여부 등도 따지지 않고 현재 원전에서 핵연료 반출만 고려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법안 자체가 핵연료 문제 해결보다는 지역민 불만 해소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정 의원과 황보 의원은 법안 발의의 주된 근거로 지난해 12월 원자력진흥위원회가 의결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언급하고 있다. 해당 계획은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 내에 임시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원전 부지가 향후 핵연료 영구저장시설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작 저장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원전내 핵연료 반출은 실현 불가능한 상황이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법안이지만, 이는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사용후핵연료 활동에 대한 방안과 중간저장시설, 영구저장 부지 선정에 대한 정확한 방침과 기간 설정이 필요하다”며 “과거 정부에서도 이를 위한 노력이 계속됐지만, 원전정책을 재가동하는 윤 정부에서는 실질적인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