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윤석열 정부 '미디어 새판짜기' 지금 아니면 늦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

2022년 대통령선거 당시 후보자들이 앞다퉈 내민 미디어 공약 핵심은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과 규제 체계 개편'이었다.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미디어·콘텐츠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긴밀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분산된 미디어 관련 정책을 통합, 정책 추진의 동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

윤석열 정부 역시 미디어 산업 진흥과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국정과제로 미디어 거버넌스 일원화와 미디어 규제 개혁을 제시했다. 미디어 전략 컨트롤타워로서 미디어혁신위원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작업과는 별개로 미디어 산업 혁신을 가로막는 낡은 제도와 관행적인 규제의 개편을 시도하는 이번 정부의 미디어 정책 방향은 미디어·콘텐츠 환경 변화에 긴밀히 대응하기 위한 시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윤석열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국정과제인 미디어 법제 개편 작업이 더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일상 회복의 본격화로 미디어 이용률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글로벌 미디어 시장 내 서비스 경쟁은 오히려 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정부의 미온적 대처는 경쟁력 있는 국내 미디어 서비스 육성을 더욱 어렵게 한다.

글로벌 1위 사업자로서 미디어 산업 패러다임을 바꿔 놓으며 국내 방송시장을 크게 위협하던 넷플릭스마저 현재 빠른 속도의 가입자와 매출 감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사업자 대비 콘텐츠 투자를 위한 자본력에 한계가 있는 국내 미디어 사업자에는 미디어 산업의 구조 변화가 관찰되는 지금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미디어·콘텐츠 산업은 경제적·문화적 파급효과가 상당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국내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할 대안 산업으로 크게 각광 받고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특성을 띠는 콘텐츠 산업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가 이어지는 이유이다.

실제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국내 콘텐츠 신한류 또는 4차 한류가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면서 2020년 콘텐츠 산업 수출액 역시 2019년 대비 16.3% 증가한 119억2428만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기술무역통계 보고서상 국내 기술무역(기술 수출+기술 도입) 규모가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여겨봐야 할 성과다.

2020년 정보통신산업 기술 도입액 역시 29.5%로 증가하면서 2003년 이래 줄곧 1위를 차지해 온 전기전자 산업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처럼 미디어·콘텐츠 산업이 창출할 시장가치는 분명 반복적으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는 과거 정권 출범 초기 1~2년의 골든타임 내에 위원회 구성 등을 통한 미디어 거버넌스 정립에 실패해서 미디어 산업 육성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설정했음에도 관련 정책의 추진력을 잃은 경우를 봐 왔다. 가깝게만 봐도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 육성을 위한 제작비 세제 공제의 확대 근거인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에도 수년의 기간이 소요됐다.

세제 지원뿐만 아니라 자율등급제 도입, 전통 미디어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등 국내 미디어 산업 지원을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국내 미디어 산업 정책의 새 판을 짜기 위한 전담 기구 위상 정립과 관련 정책 수립에 더욱더 속도를 내야 한다.

그리고 포스트 넷플릭스 시대를 선도할 국내 생태계 기반을 구축할 수 있길 바란다. 상품과 서비스 고유 특성으로부터 가치 있는 체험을 획득하는 체험경제(Experience economy) 시대가 도래한 현 시점에 미디어는 우리 삶의 질적 변화를 야기하는 동시에 국가 차원의 글로벌 경쟁력을 결정짓는 대표적인 산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 jklee@shin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