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가 삼성전자에 이론상 5세대(5G) 이동통신 속도 2배 향상이 가능한 최신 장비인 64TRx(트랜스리시버) 장비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부터 이동통신 3사가 동일하게 3.5㎓ 대역 5G 주파수 100㎒ 폭을 사용해 주파수 차등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통신품질 격차를 확보하기 위한 장비 투자 경쟁이 촉발될지 주목된다.
SK텔레콤과 KT는 삼성전자가 올해 말 개발완료 예정인 국내용 최신 64TRx 장비 발주 협의를 시작했다. 이통사와 삼성전자는 초도 물량 등 대략적 발주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64TRx 장비는 내년 이후 현장 구축 및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SK텔레콤과 KT가 이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64TRx 장비는 기지국 장비 내 안테나 소자와 필터를 기존 32개에서 64개로 증가시키는 기술이다. 빠른 스캐닝을 통해 원하는 방향과 이용자에게 신호를 정확하게 보낼 수 있다. 신호 자원 낭비를 줄이고 정확도를 높여, 데이터 전송 속도를 향상시키고 커버리지 확장도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64TRx 장비를 도입할 당시 평균 통신속도가 119% 증가, 커버리지는 2.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텔레콤과 KT는 자체 인프라 투자 계획에 따라 2023년 5G 상용화 4년차를 맞이해 통신장비 업그레이드를 통해 품질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SK텔레콤은 이미 수도권을 제외한 일부 지역에 에릭슨의 64TRx 장비를 구축하며 품질 개선을 시작했다.
이동통신사의 통신장비를 활용한 5G 품질 경쟁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통신품질=주파수 대역폭×통신장비 성능·수량' 공식이 적용된다. LG유플러스가 인접대역 3.4~3.42㎓을 확보해 내년 초 활용을 시작하면 이통3사 3.5㎓ 5G 주파수 대역폭이 100㎒ 폭으로 동일해진다. SK텔레콤과 KT는 기존 통신품질평가에서 LG유플러스에 비해 높은 통신속도와 품질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주파수 대역폭 차등이 사라진 상황에서 방심했다가는 통신품질 순위에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화웨이 64TRx 장비를 이미 수도권 인구 밀집 지역에 일부 구축하며 투자를 시작하는 등 3사 간 경쟁이 기존 주파수에서 통신장비 투자 위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버라이즌 등에 납품 중인 64TRx 장비를 국내향으로 개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상용화한 민간광대역무선서비스(CBRS, 3.55~3.7㎓) 대역은 국내 이통사가 활용하는 3.4~3.7㎓ 대역과 유사해 국내용 장비 개발과 공급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에 납품하는 장비 무게 등이 고층 빌딩이 많은 국내 시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전문가는 “주파수 확보와 64TRx 장비 구축이 내년 통신품질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