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정부망(국가망) 구축 선도사업이 1차 입찰공고에서 모두 유찰됐다. 애초 계획보다 예산이 줄어 수익성이 악화되자 통신사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5G 정부망은 국가기관 업무환경을 유선 인터넷망에서 5G 기반 무선 환경으로 전면 교체하는 핵심 과업이다. 윤석열표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현을 위한 인프라 마련이 초장부터 삐걱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입찰공고가 게시된 5G 정부망 구축 선도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특허청 그룹과 외교부·인사혁신처 그룹으로 구성됐다. 과기정통부·특허청 그룹은 KT 단독응찰로, 외교부·인사처 그룹은 제안서 서류 미비로 유찰됐다.
올해 시동을 건 5G 정부망 구축 선도사업은 2024년부터 진행되는 3323억원 규모 본사업에 앞서 조기에 시장을 구축하고, 전국 지자체와 정부·공공기관이 참조할 수 있는 사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반도체 수급 불안정 등 공급망 이슈가 발생함에 따라 최소 사업기간 확보를 위해 긴급발주가 이뤄졌다.
당초 통신 3사 역시 국가기관 인프라라는 상징적 의미와 더불어 본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선도사업 참여 준비에 상당한 역량을 투입했다. 하지만 예산 감축과 과도한 요구조건으로 사업별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손해가 예상됨에 따라 사업 참여를 재고한 것으로 파악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단독모드(SA) 구성과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 활용, 28㎓ 주파수 대역 지원 등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기술 지원을 위한 상주 인력까지 두려면 통신사가 상당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업자가 선정되더라도 기한 내 망 구축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13일께 사업 재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통신사들은 사업 상징성을 고려 참여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다만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에는 고민이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재입찰에서도 과기부·특허청 그룹은 추가 사업자 참여 없이 KT만 단독응찰할 것으로 관측한다. 이 경우 사업자와 사업 조건을 협의하는 수의계약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외교부·인사처 그룹은 SK텔레콤과 KT가 경합을 펼치는 것이 유력하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