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교육과 재정의 미래

[ET톡]교육과 재정의 미래

“더 일찍 공론화를 통해 교부금을 손봤어야 했는데 사실 지금도 이미 많이 늦었습니다. 이제라도 교육재정교부금에 다들 관심을 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둘러싼 논쟁이 활발해졌을 무렵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재정 당국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 왔으나 제대로 공론화하지 못한 데 따른 아쉬움을 토로했다.

내국세의 20.79% 규모의 돈이 매년 교육 재정을 위해 쓰인다. 이 때문에 국세 수입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교부금도 증가하는 구조다. 지난해에는 대규모 추가 세수가 들어오면서 교부금도 증가했고, 일선 현장에서는 교부금을 소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과다한 예산은 재정 활용의 비효율을 초래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감사원이 교육청의 교육교부금 운영 실태 감사를 해보니 불용 또는 이월된 교부금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다. 이는 모두 교육재정교부금 제도가 인구 팽창기에 설계된 후 기본 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라 살림은 빠듯하다. 이미 우리나라 총지출은 총수입을 아득히 초월했다. 건전재정 기조로 돌아가겠다고 선포한 윤석열 정부에서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3%로 적자를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아끼고 아끼더라도 적자가 불가피한 셈이다.

어느 부처, 어느 지자체라도 예산을 깎겠다는 말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교육재정교부금은 일종의 성역처럼 자리매김해 왔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의 특성, 교육감 직선제도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다. 재정 당국이 여론을 보는 사이 교육재정교부금은 지난 20년간 약 4배 증가했다. 2000년 14조9000억원이던 교부금은 올해 65조1000억원이 편성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학령인구는 811만명에서 539만명으로 34% 줄었다. 교육 재정 소요는 유·초·중등뿐만 아니라 고등교육 및 평생교육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새 정부 경제정책과 재정운용방향을 통해 교부금 개편을 공약했다. 눈치만 보던 정부가 교부금 제도 개편에 첫발을 뗀 것은 기념비적인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신설되는 특별회계의 재원은 교육세에서 마련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에 교육세 일부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교육세만 떼어내는 것이다.

사용처도 대학 교육과 연구 역량 강화, 반도체 등 미래 핵심 인재 양성, 지방대학 육성 등이다.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사용처를 확대했으나 대학생 인구도 감소하는 추세다. 지방대학 위기는 수도권 집중과 더불어 인구구조 자체의 변화에도 원인이 있는데 무조건적인 지원은 능사가 아니다. 의무 지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교육재정교부금은 언젠가 다시 수술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무조건 안 된다' 또는 '무조건 깎아야 한다'가 아니라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