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IFA)에 삼성, LG 등 130여개 한국 기업이 부스를 꾸리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사실상 3년 만에 완전한 오프라인 행사로 재개되는 데다 가전 시장 부진, 공급망 붕괴 등 대외 악재를 해소하기 위한 해외 마케팅이 절실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독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11일 기준 IFA 2022 부스 참가를 신청한 한국 기업은 120여개사로 집계됐다. 행사 개막까지 약 1개월 반 남은 상황에서 최대 130개사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9월 초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는 CES,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등과 함께 세계 3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로 꼽힌다. 1900여개 참가 기업과 23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는다.
올해는 2019년 이후 3년 만에 정상적인 형태로 재개된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온·오프라인 행사를 병행했지만 오프라인 참가 기업은 통틀어 100개사에 불과했다. 하루 관람객 역시 1000명으로 제한, 반쪽 행사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행사 자체가 취소됐다. 주최 측은 2019년과 비슷한 1900여개 기업, 24만명이 올해 행사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전체 부스 가운데 약 80%가 판매된 상태다.
한국 기업은 2019년(91개사)과 비교해 40% 이상 늘어난 130여개사가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첫 참가기업 100개사 돌파는 물론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찌감치 참여를 확정하고 부스 운영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부스 규모는 2019년과 마찬가지로 참여 기업 가운데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89형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와 네오QLED 89형 4K 신제품 등을 공개할 것으로 점쳐진다. 일렉트로룩스, 하이얼 등 글로벌 가전·공조 업체 10개사와 세계 최초로 스마트홈 플랫폼 연동 시연도 준비하고 있다. LG전자는 세계 최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인 '올레드 97형' 공개가 유력하다.
중견·중소 가전사 가운데에서는 코웨이, 위닉스, 엔유씨전자 등이 참가를 확정했다. 코웨이는 올해 초 CES에서 공개한 수면케어 매트리스와 노블 공기청정기·정수기 등, 위닉스는 제습기와 공기청정기 신제품 등을 각각 선보인다. 엔유씨전자는 블랜더와 원액기 신제품을 소개한다. 서울반도체와 잉코 등 올해 IFA에 데뷔하는 기업도 상당수다. 서울반도체는 올해 양산을 시작한 마이크로 LED와 연구개발 중인 2세대 마이크로 LED 제품을 전시한다. 잉코는 CES 2022에서 주목받은 전기담요, 전기방석 등 온열기기를 대거 선보인다.
한국 기업이 올해 IFA에 대거 몰리는 것은 코로나19 유행으로 글로벌 전시행사에 대한 기업 갈증이 여전히 있는 데다 하반기 영업·마케팅 측면에서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올해는 협회·단체, 지자체 등 공동관이 대거 늘어난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지원하는 한국공동관 참가 예정 업체도 16개사로, 2019년 대비 약 두 배 늘었다.
하반기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영업·마케팅을 강화할 필요성도 커졌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가전 펜트업 수요가 주춤한 데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 대외 악재가 늘어나면서 IFA와 같은 글로벌 전시회를 통해 거래선 관리·신규 확보, 신제품 홍보, 계약 논의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독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올해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참가가 크게 늘었는데,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디딤돌로 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IFA가 하반기 신제품 출시는 물론 사업 포문을 여는 행사로 의미가 있었던 만큼 올해도 다양한 제품 출시와 비즈니스 논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