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 낀 1965~1980년생을 이르는 말이다. 현재 40~50대 중후반까지 포함하는 X세대는 우리나라 인구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1년 통계에 따르면 40대는 전체 인구의 15.9%, 50대는 16.6%를 각각 차지하고 있어서 20대와 30대를 합친 26.2%나 60대와 70대를 합친 20.7%보다 더 많다.
X세대는 한국적 맥락에서 586세대의 일부를 포괄하고 있긴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할 때쯤 IMF라는 경제사회 대위기를 겪어야 한, 상처가 많은 세대다. X세대가 대학에 갈 때는 동세대 인구가 많다 보니 엄청난 대입 경쟁률을 감내해야 했고, 그렇게 어렵게 대학을 마쳤지만 사회에 나갈 즈음에는 IMF 직격탄을 맞아 취업이나 이직을 하는 게 어려웠다. 물론 지금도 취업이 어렵고, 예전보다 더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X세대는 결혼이 늦은 첫 세대이기도 하다. 20대에 결혼을 한 부모 세대와 달리 X세대는 1980년대생에 가까워질수록 30대에 들어서서야 경제적 기반을 잡을 수 있었고, 만혼이 주류가 되는 중대한 변화를 거쳤다.
교육 측면에서는 X세대 내에서도 197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까지는 대학 진학률이 20% 미만이었다가 차츰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기대소득은 높아지는 반면에 일자리 증가 속도는 더뎠다. 그래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많은 X세대를 좌절시키곤 했다.
X세대는 흑백TV에서 컬러TV, 브라운관 TV에서 평면TV, PC통신에서 초고속 인터넷으로의 전환을 온몸으로 경험한 정보통신기술(ICT) 대격변 세대이기도 하다. 필자만 해도 중·고등학교 때는 PC통신을 쓰고 대학생 시절엔 '삐삐(호출기)', 대학원 시기에는 서서히 보급되기 시작한 '휴대폰(피처폰)', 박사학위를 받을 때 즈음엔 아이폰의 등장을 목도한 세대다. 숨 막히는 속도로 다가온 정보화의 대세를 제대로 타고 넘어야만 생존이 가능했다.
표준화된 인재를 대량 배출하는 체계에서 교육받은 X세대에게 가장 큰 도전은 개인만의 독특한 개성을 존중하고 일과 여가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와 초고속 성장을 직접 이끌면서 체득한 성공원리를 중시하는 베이비부머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찾는 일이었다. 조직에서는 '눈치'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었지만 그 눈치는 윗 세대뿐만 아니라 후속세대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단 60여년 만에 기아에 허덕이는 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성장사는 X세대에게, 함께 이 나라를 꾸려 가는 베이비부머와 MZ세대에게 끝없는 적응 및 자기변화가 강요되던 격동기이기도 했다.
이제부터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청년세대에게는 X세대보다 더 빠르고 근본적인 변화가 닥칠지도 모른다. 전 세계 인류는 80억명에 근접하고 있고, 탄소집약적 소비세대가 남긴 미세플라스틱, 화석연료로 인한 기후변화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다가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인간과 로봇, 인간과 인간지능의 협업은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교육현장까지 점점 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 있다. 인류는 핵무기와 로봇과 드론으로 서로를 공격할 수 있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최근 전쟁에서 보듯 대량살상 무기체계에 상시 노출돼 있다. 이런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베이비부머, X세대, MZ세대는 서로의 차이에 불편해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쉴 새 없이 몰아칠 새로운 문제 해결을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 중심으로 온 세대가 힘을 합쳐서 적극 해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스마트폰과 빅데이터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함께 어떻게 기후변화와 같은 인류문제를 해결해 낼지 기대된다. X세대도 베이비부머도 그런 문제 해결 과정에서 나름의 역할을 해낼 것이라 믿는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alohakim@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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