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일종의 전환점을 이르는 말이다. 어찌 보면 임계 질량이나 임계값, 물이 끓는 그 순간 또는 저울이 한쪽으로 기우는 그 순간도 이것에 해당할 수 있다. 이건 분명 물리 현상이지만 사회학이나 경제·정치는 물론 기업에도 적용된다.
누군가는 넷플릭스의 시장 점유율이 30%에 육박하자 블록버스터 매장이 무더기로 문을 닫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건 남은 블록버스터 고객이 비디오 테이프를 빌리기 위해 더 먼 곳까지 찾아가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그다음 벌어질 일은 도미노 같다. 남겨진 고객 가운데 누군가도 넷플릭스로 옮길 테고, 다른 블록버스터 매장이 문을 닫는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은 블록버스터 매장과 고객들에게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다.
혁신의 결과는 무엇일까. 혁신은 변화를 말한다. 종래의 상식, 통념, 정상이던 것이 새로운 것에 자리를 내놓는 그 순간을 말한다. 물론 변화의 원인은 다양하다. 새로운 기술 탓일 수도 있고 소비자의 바뀐 취향일 수도 있다.
그리고 결과는 이런 변화에 적응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으로 나뉜다. 판정의 순간은 기업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일찍 판가름난다. 마지못해 이 여정에 나선 누군가에게 저울은 이미 한참 전에 기울었기 일쑤다. 반대로 누군가는 저녁 노을을 살피며 내일 아침 여행을 꿈꾼다.
한번 넷플릭스를 보자. 1999년 즈음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에게 스트리밍 서비스는 분명한 목표가 되어 있었다. 이 발상이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공교롭게도 이즈음은 음악 파일 공유 서비스인 냅스터(Napster)가 저작권 침해 소송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시기였다.
당시 콘텐츠 사업부를 맡고 있던 누군가는 넷플릭스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빨간 봉투에 담긴 DVD를 원하는 300만 가입자가 있고, 가입자는 매일 늘고 이 렌털 비즈니스가 피크를 향해 달리고 있음에도 “우리는 DVD 렌털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1분도 투자하지 않았습니다”라며 넷플릭스의 투지를 말한다.
드디어 2007년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다. 2011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분리할 무렵에도 여전히 1400만의 DVD 구독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후 DVD 구독자는 꾸준히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 갔고, 2018년 즈음이 되자 스트리밍 가입자는 1억3000만에 DVD 가입자는 300만으로 도로 줄어 있었다.
냅스터는 1999년 6월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한다. 이즈음 몇몇 벤처기업은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었다. 2001년에는 아이튠즈와 아이팟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때 넷플릭스는 앞으로 다가올 티핑 포인트를 떠올린다. “한번 생각해 보라구. 우편요금은 계속 오를 거야. 반면 인터넷은 18개월마다 절반 가격에, 속도는 두 배 빨라질 거야. 언젠가 교차점이 올 거라구. 우편 배송보다 스트리밍이 편리하고 비용까지 더 낮아질 때가 말이야.”
한번 물어 보자. 이런 변화를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하면 그건 마땅한 변명이 될까. 그렇지 않다. 누군가 블록버스터를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면 그건 변호라기보다 군색한 변명임이 분명하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