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걷어내라고 지시했다. 목표는 초격차다. 윤 대통령은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부터 각각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규제 혁파를 주문했다. 업무 보고는 전날에 이어 대통령과 장관 간 일대일 압박면접 형태로 이뤄졌다. 【사진2】윤 대통령은 규제 혁파 외에 산업부에는 첨단산업 인재양성과 원전 생태계 복원, 중기부에는 납품단가 조정과 기술탈취 등 불공정 거래 관행 근절 및 기업승계 지원도 주문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의 견고한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구축,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외교와 연계한 원전과 방산, 인프라 수출에서 산업부가 주축돼 추진하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기부에는 스타트업이 강소기업,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갈 수 있도록 자금 지원, R&D 지원, 판로 지원 등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소상공인 금융 채무 부담을 완화하는 데 정책역량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민간 투자 촉진을 위해 △규제혁신 △인센티브 △입지 등 투자 촉진 3종 세트를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 중기부는 규제자유특구 제도를 글로벌 신산업 혁신기지로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현장에서 체감하는 신산업 진입장벽과 과도한 행정비용·절차 등 규제를 집중 개선하겠다고 보고했다. 두 부처는 이를 통해 반도체·배터리 등 미래 첨단산업에서의 초격차를 유지하고 초격차 디지털 스타트업을 대거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 자리에서 성장지향 산업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 부문 핵심 과제로는 △산업 대전환 가속화 △민간투자 활성화 △혁신시스템 고도화 △성장사다리 복원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조만간 반도체를 시작으로 첨단산업 업종별 전략을 순차 발표한다. 반도체는 경쟁국에 상응하는 인프라 구축과 세제·연구개발(R&D) 지원, 디스플레이는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 등을 추진한다. 배터리와 인공지능(AI)로봇도 차세대 제품 개발과 핵심 부품 자립화에 나선다.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주력산업은 디지털과 그린을 통한 체질 개선으로 시장 선점을 추진한다. 부품기업의 미래차 전환, 수소환원제철 기술 확보, 자율운항선박 개발 등이 중점 추진된다. 2027년까지 산업별 전문인력 14만명을 양성해 첨단산업 선도 기반을 마련한다. 이와 함께 규제 혁신 및 세액 공제 등을 통해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고, 파괴적이고 도전적인 기술 개발을 집중 지원하는 '메가 임팩트 프로젝트'를 5년 동안 10가지를 추진한다.
에너지 분야는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여 원전 산업 생태계 복원에 나선다. 신한울 3·4호기 환경영향평가를 즉시 개시, 2024년 건설을 추진한다. 또 에너지캐시백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해 에너지 수요를 효율화한다. 전기·가스요금은 인상 요인을 점진 반영, 시장 기능 회복을 추진한다. 다음 달에는 2030년까지 에너지 혁신 벤처기업 5000개를 육성하는 방안도 발표한다.
통상 분야는 지식·인력 교류를 통한 첨단산업 혁신과 공급망 안정을 추진한다. 한미 공급망·산업협력대화를 분과별로 개최하고, 체코·폴란드와는 원전·방산·첨단산업 협력에 나선다. 또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신통상규범 논의에도 적극 참여한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중소벤처가 주도하는 디지털 경제 시대 선도국가 도약'을 비전으로 창업벤처·소상공인·중소기업 맞춤형 과제를 업무보고에 담았다. 우선 혁신 벤처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모태펀드가 출자하고 해외 벤처캐피털(VC)이 투자하는 '해외 VC 연계 글로벌펀드'를 확대 조성한다. 해외 사업화 자금부터 현지 사무공간과 네트워크까지 패키지로 지원하는 'K-스타트업 센터'도 확충한다.
디지털·초격차 기술 스타트업 육성 사업도 신설한다.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를 신설,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모빌리티 등 신산업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2023년부터 1년에 200개씩 5년 동안 1000개사를 발굴해서 육성하기로 했다. 민간이 먼저 투자하면 정부가 후속으로 지원하는 방식의 민간 주도 창업활성화 사업(TIPS)도 확대한다.
중소기업 정책으로는 불공정 납품단가 등 고질적 병폐를 정상화하고, 미래형 스마트공장 확산과 뿌리기업 스마트화에 집중한다. 합리적인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해 표준약정서를 마련하고, 하반기에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기술보호 정책보험을 도입, 중소기업 기술 침해에 대한 예방조치와 피해구제도 강화한다.
중소기업 스마트화를 위해서는 내년부터 K-스마트등대공장, 탄소중립팩토리 등 첨단 미래형 스마트공장 모델 확산을 추진한다. 영세 제조기업 스마트화를 위한 스마트공방, 노후장비 개선·디지털화, 휴먼팩토리 지원도 병행한다. 소상공인을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을 갖춘 혁신적인 소상공인과 따뜻한 로컬 문화상권을 육성하는데 집중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