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핵심 상임위로 급부상했다. 역대 대표적인 국회내 비인기 상임위원회 중 한 곳이던 것과 대비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과학과 산업은 없고 언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계산만 오가는 정치판으로 변질됐다는 비난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은 과방위가 원구성 협상의 '키 상임위'로 언급되는 것과 관련 그 주된 이유로 '언론 주도권'을 연결짓는다.
논란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서 비롯됐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정계는 한 위원장의 임기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여당 측은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한 위원장도 물러나야 한다며 사퇴를 종용했다. 반면, 야당 측은 한 위원장에 대한 정부여당의 사퇴압박을 문제 삼으며 임기 보장과 함께 과방위의 야당 사수를 주장한다. 한 위원장은 지난 정부 임명 당시에도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정치 편향성을 지적받아 왔다. 윤 정부 들어서는 국무회의 참석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전례를 볼 때 여야가 과방위를 놓고 싸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매번 원구성 협상 논란거리인 법사위를 제외하면, 국회 인기 상임위는 국토위, 산자위, 기재위, 교육위 정도가 꼽힌다. 대부분 지역구 관련 사업이나 예산 관련 업무와 관련됐기 때문이다.
불과 2년 전인 21대 국회 전반기 만해도 과방위에 대한 대우는 처참했다. 여야는 원구성 협의를 통해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과방위 정원을 1명 줄였다. 당시 정원이 줄어든 상임위는 과방위가 유일했다. 과방위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는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볼멘 소리가 나왔다.
역설적이게도 여야의 원구성 신경전과 별개로 과방위에 대한 의원 선호도는 여전히 낮다. 과학과 연구, 산업 연계 등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성상 이공계 출신이나 학계, 산업계 등에서 .활동했던 전반기 의원 다수가 재차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금의 과방위 줄다리기는 정치권의 방송통신위원회 관리와 대언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것인 셈이다.
이는 대선과 지방선거 등 선거를 치르면서 기존 언론과 함께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화된 미디어 플랫폼에서 벌어진 여론전 중요성을 정치권이 그만큼 크게 인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방통위가 가지고 있는 만큼 방통위원장의 정치 성향도 도마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잠시 중단된 '언론중재법'을 후반기 국회에서 다시 쟁점화시킬지 여부도 달려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터져나올 수 있는 대장동, 탈원전, 북한 문제 등도 각 정당에서는 언론만 잡으면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과방위가 정치적 이권 차원으로만 해석되면서 상임위 자체를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반기에도 미디어 편향성 시비와 언론중재법 갈등 등으로 정작 과학기술, 플랫폼 산업 이슈 등을 제대로 손보지 못했다. 이에 여야 모두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미디어 파트를 문체위 콘텐츠 부분과 묶고, 과학 및 정보통신기술은 별도 상임위로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후반기 과방위를 신청한 한 의원은 “과거부터 포털 키워드 검색, 언론 정치편향성 문제로 과방위 회의가 수시로 중지 취소되어 왔다”라며 “후반기에도 과학과 기술보다는 대언론 이슈만 부각되는 정치판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