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해 68조원 규모 지원은 물론 경쟁국인 중국 등지에 생산시설을 새로 짓거나 증산하는 것을 규제하는 법을 추진한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미국 상원이 조만간 '반도체 육성법'에 대해 표결한다고 보도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이 발의한 반도체 육성법은 520억달러(약 68조5700억원) 지원금 등 자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업을 유치하기 위한 지원책을 담았다.
WSJ에 따르면 법안 초안에는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우려국에서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을 건설하거나 증설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사용할 수 없다'는 '가드레일 조항'이 담겼다. 블룸버그는 해당 법안이 발효되면 미국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장하는 것을 금지된다고 보도했다.
해당 조항은 미국과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이에 따라 인텔 등 일부 기업은 의원들을 대상으로 중국과 거래하는 기업의 보조금 지급 기준을 완화하기 위한 로비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반도체 시장인 중국 내 투자가 금지되면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 육성법은 상·하원이 각각 처리한 미국혁신경쟁법안과 미국경쟁법안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 관련 내용만 발췌한 형태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그동안 상·하원을 통과한 두 법안을 병합하기 위해 협상을 벌였지만,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공화당은 반도체 육성법이 '중국 견제'라는 본래 의도에서 벗어나 일자리, 기후 변화 등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방안만을 간추린 육성법을 먼저 처리하기로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 장비 투자에 25% 세금 공제' '공공 무선통신 공급망 혁신' 등을 담았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반도체 육성법은)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더 많은 반도체 투자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가드레일(제한국가 반도체 생산·증산 금지 조항)은 중국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이번 법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육성법이 미 의회 문턱을 넘어서면 한국 삼성전자,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이 당장 지원금 대상에 오르게 된다. 다만 '가드레일' 조항 명시 여부가 각사 해외거점 운용 정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WSJ은 최근 2년간 지속된 세계적 반도체 대란이 미국 내 공급망 확보에 대한 열망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지난 1990년 37%를 기록한 미국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현재 12% 수준이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