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네이버·카카오·넷플릭스까지 플랫폼은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모두가 플랫폼을 말하지만 우리는 플랫폼에 대해 과연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플랫폼은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복수의 집단이 충분히 자율적이고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를 교환하는 공간이다. 예를 들어 이마트 매장도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와 상품을 납품하는 공급자가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를 교환하는 공간이지만 플랫폼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공급자와 소비자 간 상호작용이 이마트 가격 정책과 소비 촉진 활동으로 간접적이고 제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서도 콘텐츠 공급자와 소비자 간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임의로 가격을 조정하거나 판매 촉진 활동을 전개하기 어렵기 때문에 넷플릭스도 플랫폼으로 보기가 어려운 걸까.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온라인에 옮겨 놓은 것일 뿐 플랫폼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경우 물리적 이동이 요구되지 않는 무형 재화를 온라인으로 유통하기 때문에 소비자 수요와 평가가 상품 구성에 빠르게 반영, 직접적 상호작용에 가까운 간접적 상호작용이 소비자와 공급자 간에 발생하기 때문에 플랫폼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처럼 플랫폼을 정의하는 것조차 쉽지 않지만 플랫폼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플랫폼은 산업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갈수록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들은 제품과 서비스에 기능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제품 복잡성으로 비용만 증가할 뿐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대안은 고객별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소품종 대량 생산체제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다. 추가 비용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고객별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기 위한 대안을 기업은 플랫폼에서 찾고 있다.
제품이 최소한의 기능을 구현하는 모듈 단위로 쪼개져 사용자 관점에서 뭉치고 흩어지면서 사용자가 원하는 조합을 만들어 내는 플랫폼은 사용자에게 환경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 공급자에게 최소한의 비용으로 고객별 맞춤형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최근 소개되는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플랫폼은 사용자와 공급자 간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거래비용을 현격히 낮추면서 시장을 가격에 의해 수급이 결정되는 거대한 분업 체계로 바꿔 갈 것이다.
최근 시장에서 주목 받는 기술 또한 다가오는 플랫폼 경제에서 주어진 역할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은 사용자와 공급자가 원하는 경우의 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탐색 비용과 거래 비용을 낮춰 줄 것이며, 블록체인은 모듈 단위로 쪼개진 제품과 서비스가 거래되는 과정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계약을 공정하고 생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제를 제공할 것이다.
가상현실(VR) 기술 기반의 메타버스는 대면 소통 효과성과 비대면 소통 효율성을 동시에 제공하면서 플랫폼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상호작용이 더 생산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것이다. 한편 시장 예측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양자컴퓨팅은 최적화된 경우의 수를 찾아가는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현상의 실체를 파악하고 최적화된 답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 플랫폼 참여자들이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산업사회 틀을 통해 플랫폼이 견인하는 시장 변화를 해석하고 변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어 내는 데 급급한 정부의 접근법이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플랫폼을 통해 산업사회가 직면한 한계를 극복하고 또 다른 성장을 모색하는 시장의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기가 어려울 것이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h.park@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