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에너지 안보

류태웅 산업에너지환경부 기자.
류태웅 산업에너지환경부 기자.

“핑크수소도 도입되지 않겠어요?”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말 시행을 앞둔 수소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이같이 기대했다. 그동안 모호하던 '청정수소'의 범위가 구체화되고, 핑크수소도 포함될 것이라는 것이다.

핑크수소는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해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 수소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생산하는 그린수소와 구조가 같다.

핑크수소 도입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脫)탈원전' 정책에 맞춰 수소경제를 가속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지금처럼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화석연료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전기요금 상승을 촉발한다. 유럽연합(EU) 일부 국가의 경우 계통한계가격(SMP) 상승률이 300%를 넘어섰다. 원가 보전을 위한 전기요금 상승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 등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유럽 경제 위기는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대부분을 수입한다. 화석연료는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약 84%를 차지한다. 화석연료 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EU와 같이 에너지 안보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균형적 에너지 믹스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 18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부처 업무보고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되 원전 등과 조화롭게 비중을 믹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 정부와 비교해 에너지 정책 기조는 크게 바뀌진 않은 셈이다.

에너지 정책은 빈틈이 없어야 한다. 경제, 나아가 국력을 좌우하는 에너지 안보를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가상발전소(VPP) 도입이 수반돼야 한다는 에너지 업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단순히 인프라 확대를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민간 중심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주요 국가들은 이미 VPP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 동향을 반면교사로 삼아 속도감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