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에다 생산·연구 시설을 구축하는 반도체 기업에 제공하는 보조금을 제한하기로 했다. 반도체 산업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을 겨냥한 수출 규제 강도도 높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최근 반도체 제조사에 정부 보조금 규모를 제한한다면서 보조금 지급 대상인 기업이 자금을 수익으로 전환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은 자국 반도체 생산·연구개발(R&D)에 총 520억달러(약 68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반도체법'을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 즉시 발효된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법에 규정된 지원금에 대해 신청 기업의 미국 내 프로젝트를 성사하는 데 필요한 규모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며 상한을 예고했다. 또 지원금 신청 기업이 미국에서 추진하는 반도체 생산·연구 사업과 투자 계획에 관한 세부 정보를 상무부에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법은 정부 자금을 지원받는 기업의 자사주 환매 자체를 제한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원금을 자사주 환매에 사용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미래 투자를 약속하고, 지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을 기업에 지원금 우선순위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 견제에도 한층 강도를 높인다. 반도체법은 지원금을 받는 기업을 대상으로 향후 10년 동안 중국이나 기타 우려 국가에서의 첨단 반도체 관련 투자를 금한다고 못 박았다. 중국에 반도체 생산 라인을 구축한 기업이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게 되면 앞으로 중국 내 팹(FAB) 신축이나 증산은 어려워진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7월 29일 자국 내 모든 반도체 제조 장비업체를 대상으로 대중국 수출 제한 기준을 10㎚에서 14㎚로 상향 조정했다. 사실상 중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에 미국산 장비를 투입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중국 제조사가 초미세공정 개발에 성공하면서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것을 감안,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한 수출 규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 SMIC는 지난해 14㎚ 양산 체제에 들어간 데 이어 최근 7㎚ 공정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