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중국 견제를 핵심 내용으로 담은 '반도체 지원 플러스 법안'(CHIP-Plus Act)을 발효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에서 자국 중심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과 이에 대항하는 중국의 경쟁이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지난달 상·하원을 통과한 '반도체법'에 서명했다. 해당 법안은 미국의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 2800억달러(약 366조원)를 투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 527억달러(약 69조원)를 집중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 서명 후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투자”라면서 “우리는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는 미국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이 참석했다. 마이크론, 인텔, 록히드마틴, HP 등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도 현장에서 서명식을 지켜봤다.
펠로시 의장은 반도체법에 대해 “미국 반도체 제조를 세계 선두 수준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에 새로운 반도체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번에 시행된 반도체법이 반도체 관련 기업의 대미 투자 유치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로이터통신은 퀄컴이 최근 글로벌파운드리 미국 뉴욕 공장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추가 구매하기로 계약한 것을 주요 사례로 꼽았다.
마이크론은 이날 미국에 새로운 공장을 짓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400억달러(약 52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 같은 투자가 현재 한 자릿수인 미국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10%로 높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법 시행에 나선 미국은 앞으로 중국과 한층 치열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법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보조금 지원을 받은 기업의 대중 투자를 제한하는 조항을 담았다.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은 반도체법이 의회를 통과하기 전 해당 법안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의회를 상대로 법안 부결을 위한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 산업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인 것은 놀랍지 않은 일”이라면서 “미국이 첨단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를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