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가 미국과 중국에 '양면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이 대중국 경쟁 우위를 위해 '반도체·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제정한 가운데 국내 기업과 정부는 두 시장을 모두 가져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8일 내놓은 산업동향 보고서에서 “세계 최고의 차량용 소프트웨어(SW)와 자율주행 경쟁력을 확보한 미국과 포괄적 협력을 추진하는 한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서 중국과 협력하는 등 국내 기업의 경쟁 지위를 약화시키지 않는 양면 전략을 수립·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해 에너지 안보 및 기후 변화 대응에 3750억달러(약 489조원)를 투자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했다.
미국 정부는 북미산 전기차 가운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하거나 북미에서 재활용한 핵심 광물 사용 비율, 북미에서 제조하거나 조립한 배터리 부품 비율에 따라 세액을 차등 공제한다. 내년부터 7500달러(986만원) 세액 공제의 절반은 핵심광물 원산지 비율, 나머지 절반은 북미산 배터리 부품 사용 비율에 따라 차등 지원한다.
수입 전기차는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한다. 5만5000달러(7200만원) 이상 승용차와 8만달러(1억500만원) 이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픽업트럭도 세액 공제 대상이 아니다. 전기차 보급의 소득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자동차연은 “우리 기업과 정부는 미국 인플레이션 완화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수정 보완을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 기업과 기술, 자본 협력 등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전략 및 산업 동향을 분석해서 세부 협력 전략을 공동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자동차연은 “자원 빈국인 국내 기업은 전기차 핵심광물 수입처가 다변화하면 원가,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라면서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핵심 광물 생산국인 호주·캐나다·칠레·인도네시아와 광물 공급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연은 미국과의 협력 확대 과정에서 중국 시장을 놓쳐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다. 자동차연은 “미국과의 협력이 중국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 지위를 약화시키지 않도록 RCEP에서 중국과의 소통 및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상반기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 (자료:카날리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