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전자지급수단(선불머니) 기반 간편송금 서비스 제공사가 가상자산거래소처럼 은행과 별도 제휴를 맺고 사용자 실명계좌를 발급받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준비 중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서 선불전자지급수단 계정을 이용한 송금·이체를 금지하고 실명확인 기반의 은행 계좌를 이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금법 개정안에서 기존 '전자자금이체업'을 기반으로 한 '자금이체업'을 신설하면서 자금세탁방지와 실명확인을 위해 은행·증권·저축은행 등 금융사 실명계좌를 적용키로 했다. 기명·무기명 선불계정 사용을 금지하고 은행 계좌 간 송금만 가능케 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금융위는 △가상자산거래소처럼 간편송금 기업과 금융사가 제휴를 맺고 전용계좌를 신규 발급하는 방안 △사용자 개인이 보유한 기존 계좌를 연결하는 방안 등을 살피고 있다. 구체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대표적인 간편송금 서비스인 '카카오톡 송금하기'의 경우 사용자가 자신의 은행 계좌를 카카오머니 계정과 연결해 카카오머니를 충전하고 이를 타인에게 송금하는 방식이다. 상대방은 자신의 카카오머니로 돈을 송금받게 되는데 이를 현금화하고 싶으면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면 된다.
이 같은 선불충전 방식 간편송금은 사용자 간 은행 계좌번호를 몰라도 사용자 계정이나 연락처만으로도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어 큰 인기를 얻으며 대중화됐다.
하지만 새로운 전금법 개정안에서는 선불머니는 '결제'에만 이용하도록 제한했다. 송금·이체는 실명이 확인된 은행, 증권, 저축은행 등 금융사 계좌로만 가능해야 한다는 게 금융위 입장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은행권 대상으로 자금이체업 도입에 따른 실명계좌 부여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현재 은행연합회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실명계좌 적용을 놓고 금융위와 핀테크·은행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 간편송금 서비스 기업과 별도 제휴를 맺는 방식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최근 은행권에서 발생한 이상 외환거래 사례처럼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내부통제 의무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이미 기명식 선불계정의 경우 은행 계좌를 연동해 충전하는 방식인 만큼 실명거래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어 중복이 생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명식 선불머니는 이미 금융실명법에 따라 실지명의로 발행되거나 예금계좌와 연동된 것인데 기명식까지 실명계좌를 적용한다면 중복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빅테크·핀테크 기업도 난색이다. 사실상 '계좌번호를 몰라도 송금할 수 있다'는 핀테크 혁신 서비스 중 하나인 간편송금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과 별도 제휴하는 방식이 채택되면 은행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중소 핀테크 기업 한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은 마이페이먼트 라이선스를 따서 은행 계좌 간 송금을 지원할 수 있지만 라이선스 획득 여력이 부족한 중소 핀테크 사업자는 별도 제휴 수수료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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