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100일 동안 교육부가 추진했던 온갖 정책에 '논란'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에는 교육청과 초·중등 교육계가 들고 일어났으며, 첨단 산업 인력양성방안은 지방대학의 반발을 샀다. 장관을 사퇴하게 만든 '만 5세 입학' 학제개편안은 말할 필요도 없다.
교육부는 하는 일마다 거센 반대에 부딪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에 처했다. 그 사이 시간은 흘러가고, 대학 적정규모화 계획 등 일정대로 추진해야했던 정책까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부총리 공석으로 사회관계장관회의도 열지 못해 사회부총리 부처 위상도 사실상 상실한 상태다. 그리 길지도 않은 기간이었는데 교육부는 어느새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역대급' 사고들이 모두 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때문일까. 불통 부총리로 비난받다 다섯 번째 최단명 교육부 장관이 되는 불명예를 졌으니 탓을 돌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를 따져보면 리더 한 사람 탓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교육부 고위공무원과 과장급 공무원의 폭력적인 취재 방해 행위가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박 전 부총리 재임 중이었던 지난 1일 한 언론사 여기자가 부총리에게 질문하며 다가가자 교육부 공무원들이 기자의 몸을 꺾어 제압하며 취재를 막았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기자가 당시 상황과 사진을 뒤늦게 공개하며 알려졌다. 교육부를 대표할 만한 고위공무원과 곧 고위공무원이 될 전도유망한 과장급 공무원들의 행동이었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교육부는 이 사건에 대해 입을 닫았다. 공식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이다. 다만, 해당 공무원들이 이 기자에게 사과했다는 상황만 전했다,
물리력을 행사한 공무원들의 사진 속에서 거센 반발에 부딪힌 교육부 정책들이 오버랩됐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도, 수도권 대학 증원 허용도 대동소이한 단계를 밟았다. 반대 의견을 충분히 듣고 조율해 정책을 발표하기보다 일단 발표하고 의견을 듣겠다는 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교육부 정책을 집행할 교육감들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과 만 5세 조기입학 학제개편안에 대해 사전논의가 없었다며 불같이 화를 냈다. 교육청을 허수아비 취급한다고 비판했다. 첨단 산업 인력양성 방안 발표를 앞두고는 지방대 총장들이 기자회견을 하려 했으나 교육부 반발로 무산됐다. 반대 기자회견이 부총리 취임 직후라는 것이 교육부의 반대 이유였다. 추후 교육부는 첨단 인재 양성을 위한 재정지원 상당수를 지방대학에 쏟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방대 총장들은 오는 31일 또 한 번 이의를 제기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연다. 성명발표에는 100여개 이상 대학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이해 당사자가 너무 많고 이해관계가 얽힌 교육계 특성상 바람 잘 날이 없는 곳이 교육부다. 다른 부처 장관의 인사청문회만 열려도 자녀 특혜, 논문 표절 등 교육 관련 이슈가 늘 등장한다. 이슈와 반대에 치이다 보면 소극적, 폐쇄적이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런 태도 때문에 반발은 더 커지기도 한다. 외부에서 교육부 혁신을 지적하는 가장 큰 이유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은 현 교육부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만 5세 입학' 이슈로 인해 당분간은 학제개편은 논의조차 힘들게 됐다.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구조 개편으로 학제 또한 현실과 미래에 맞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후과도 컸고, 그만큼 큰 교훈도 남겼다. 이제 정부 100일을 넘겼다. 총체적 난국을 풀어가야만 한다. 그 실마리는 내부 혁신에 있을 것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