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소부장' 금기어(?)

“소부장, 금기어가 된 것 아닌가요?”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에 소문이 무성했다. 소부장 관련 정부 지원이 대폭 줄었다는 얘기다. 한-일 무역분쟁 이후 전 정권이 힘을 싣던 소부장 정책은 힘이 빠졌고, 정권이 바뀜과 동시에 '찬밥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소부장'이라는 화두 자체가 전 정권의 치적이어서 이번 정권에선 일종의 금기어가 된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여러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소부장 예산은 줄지 않았고, 줄이기도 쉽지 않았다. 이름이 바뀌거나 일부 사업이 일몰된 것일 뿐 새 정부도 소부장을 중요하게 본다고 했다. 한-일 무역분쟁이 터진 직후 정부에서 '소부장 1.0' '소부장 2.0' 등을 앞세우며 산업 지원에 사활을 걸던 특수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오해를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기라도 하듯 불과 며칠 전에 정부는 소부장 지원책을 내놨다. 올해 안으로 소부장 특별법을 개정해 민간 비축, 수입 다변화, 공급망 정보분석 강화 등 공급망 안정화에 나서겠다고 했다. 새 정부가 소부장 관련 지원 정책을 공언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 취임 100일이 지나서야 소부장 지원 정책이 나온 것은 다소 아쉽지만 그나마 지금이라도 움직이기 시작하겠다는 건 고무적이다.

한-일 무역분쟁을 경험한 후 전 국민이 소부장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코로나19 셧다운과 요소수 대란을 겪고 나서야 공급망 관리 체계를 제대로 점검하기 시작했다. 소부장 셋 가운데 어느 하나 작은 부분에라도 문제가 생기면 글로벌 공급망 관리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줬다.

[ET톡]'소부장' 금기어(?)

글로벌 기술패권 전쟁이 치열한 지금 소부장은 더욱 중요한 산업 무기가 될 수 있다. 소부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소부장 지원이 줄었다는 둥 공무원 사이에서 금기어가 됐다는 둥 얼토당토않은 소문은 업계의 기세와 의지만 꺾는다. 정부는 소부장 육성 의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보여 줘야 한다. 소부장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소부장 핵심 품목을 100개 지정해서 예산을 지원하는 소부장 2.0 사업이 2024년에 마무리된다. 새 정권이 소부장 3.0을 뛰어넘는 비전과 전략을 먼저 제시, 산업의 꾸준한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정치성 색안경을 벗고 소부장을 바라보자. 소부장 산업은 단기 지원으로 성과를 낼 수 없다. 꾸준한 연구개발과 투자가 중요하다. 공급망 관리가 기업 및 국가 경쟁력을 가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명분보다 실리가 중요하다. 소부장은 새 정권이 강조하는 '반도체 초대강국'을 이루기 위한 기본 토대다. 소부장이라는 튼튼한 뿌리가 없으면 반도체 초강대국 실현은 요원하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