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3조원에 이르는 이집트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13년 만의 대규모 원전 수출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원전업계는 새 정부 출범 100여일 만에 극적으로 부활했다. 직전 최대 원전 수출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이었다.
수주 배경으로는 새 정부의 원전 정책이 꼽힌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화하고 오는 2030년까지 원전을 10기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인 지원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9개 관계부처 차관급과 공공기관, 산업계, 학계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가동했다. 이른바 '원전 수출 컨트롤타워'로, 유기적 민·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은 한 번 건설되면 50년 이상 장기간 가동되기 때문에 발주국은 사후관리(AS) 부분까지도 염두에 두고 사업자를 선정한다”면서 “그래서 원전 수출 국가의 원전 정책이 중요하고,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지 및 대외적 원전 지원 의지가 수출 확률을 높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바라카 원전을 건설·운영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우리나라는 한국형 원전 등 원자로 설계 독자 기술을 보유했다. 반면 건설 단가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21년 기준 ㎾당 3571달러로 중국(4174달러), 미국(5833달러), 러시아(6250달러), 프랑스(7931달러) 대비 가장 낮다. 또 국내 100여개 협력사 등 탄탄한 원전 생태계를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프로젝트 공기 및 계획 예산 준수 등 대외 신뢰도가 높다.
원전업계는 활력을 되찾았다. 정부는 '원전 최강국' 도약을 목표로 올해 1306억원 규모의 원전 산업 긴급 일감을 발주했다. 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해 소형모듈원전(SMR) 등 67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에도 착수했다. 원전 기업 대상으로는 1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과 특례 보증을 추진한다.
원전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원전 1기를 수주할 경우 50억달러(약 5조3000억원) 규모의 수익이 기대된다. 중형차 25만대 또는 스마트폰 500만개 수출 효과와 맞먹는다. 현재 체코, 폴란드, 프랑스, 네덜란드 등 다수의 국가들이 우리나라와 원전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위급 세일즈 외교를 전개하는 한편, (원전 수출을) 전기차, 배터리, 수소 모빌리티 등 국가 간 협력 사업과 연계할 것”이라면서 “정부 차원 노력을 강화해 가시적 원전 수출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