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걷는 상어'…땅 위에서 2시간 버틴다

에퍼렛 상어.
에퍼렛 상어.

이른바 ‘걷는 상어’로 불리는 에퍼렛 상어가 땅에서 2시간 동안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놀라움을 주고 있다.

25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FAU) 연구원들은 호주와 파푸아뉴기니 등지의 얕은 산호초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퍼렛 상어(Epaulette sharks, 학명 Hemiscyllium)가 기후 위기로 ‘초고속 진화’했다고 전했다.

에퍼렛 상어가 물 밖에서 걷는 모습. 사진=내셔널 지오그래픽 유튜브 캡처
에퍼렛 상어가 물 밖에서 걷는 모습. 사진=내셔널 지오그래픽 유튜브 캡처

이 상어는 노처럼 생긴 4개의 지느러미를 이용해 걸어 다닐 수 있는데 기존에는 물 밖에서 최대 1시간 정도 버틸 수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최대 2시간 동안 육지에서 버티고 심지어 30m 이상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에퍼렛 상어가 지느러미를 이용해 물 안에서 헤엄치고, 바닥을 걷고 있다. 사진=사이언스 X 유튜브 캡처
에퍼렛 상어가 지느러미를 이용해 물 안에서 헤엄치고, 바닥을 걷고 있다. 사진=사이언스 X 유튜브 캡처

연구원들은 에퍼렛 상어가 이상 기후로 인해 초고속 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물학 저널인 ‘인터랙티브 앤드 컴패러티브 바이올로지’(integrative and comparative biology)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산호초 지형은 이상 기후로 바다가 따뜻해지고 산성화되면서 에퍼렛 상어가 거주하기에 더욱 혹독한 환경으로 변화했다.

산소와 먹이가 더 풍부한 다른 물로 이동하기 위해 에퍼렛 상어의 땅 위에서 걷기 능력이 향상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마리안 포터 FAU 생물과학부 교수는 “(에퍼렛) 상어들이 수영뿐만 아니라 걸을 수 있다”며 “다른 종들은 갈 수 없는 더 좋은 환경에 도달하기 위해 육지를 횡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퍼렛 상어 같은 사례는 기후 변화가 척추동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는 훌륭한 모델이며, 반대로 미래의 해양 환경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퍼렛 상어를 10년 이상 연구한 조디 루머 제임스 쿡 대학교 교수는 “상어가 이처럼 빠르게 진화했다는 것은 해양 환경이 이 강인한 종에게 지나치게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이라며 “다르게 말하면 근방에 있는 다른 생물들 또한 위험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