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출시가 일단락됐다. SK텔레콤 5만9000원·24GB 제공을 필두로 KT 월6만1000원·30GB, LG유플러스가 6만1000원·31GB 요금제를 출시했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통신비 분야의 대표 정책으로 내세운 중간요금제 논의 과정을 돌아보고, 다음 단계를 준비했으면 한다.
5G 중간요금제가 처음 공론화된 것은 2021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이용자 평균 데이터이용량이 20~30GB임에도, 이를 충족하는 요금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동통신 3사 임원은 중간요금제를 출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후 중간요금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였다. 이재명 전 후보는 2월 통신비 인하 부문 공약을 발표하며 20~100GB 사이 5G 중간요금제 도입과 병사 요금할인 비율 50% 인상을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가 야당 공약인 중간요금제를 사실상 그대로 채택했다. 민생과 직접 연계된 통신비 정책·공약이야말로 여야의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 분야이지만, 윤석열 정부가 민간 자율을 표방한 점을 고려했을 때는 다소 어색했다.
국민생활과 직접 연관된 통신 분야에서 기업이 움직이지 않을 때, 산업의 관리·감독권을 지닌 정부가 중간요금제 출시를 독려할 수 있다. 하지만, 중간요금제가 민간의 진정한 자율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통신사는 중간요금제 도입 과정에서 매를 세게 맞았다. 5G 상용화 3년이 넘도록 이용자 평균데이터 이용량에 상응하는 요금제를 출시하지 않은 통신사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또 새로 나온 요금제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논란도 일부 제기됐다.
하지만 중간요금제와 같은 통신비 인하 압박이 지속된다면 통신사는 선거 등으로 통신비 인하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있을 때까지 최대한 기다렸다가 요금제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소극적 패턴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30GB 급 중간요금제가 나왔으니 다음에는 50GB급, 70GB급 중간요금제가 논란이 될 것이다. 선거 때마다 매번 지루한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사업 불확실성도 커지기 마련이다.
중간요금제는 이슈는 일단락됐지만 끝이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제 채찍보다는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키워주는 본연의 역할에 더 집중해야 할 시기다.
통신사들은 과거와 같이 번호이동을 통해 타사 가입자를 빼앗는데 사활을 걸면서까지는 경쟁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하면 통신산업의 매력도를 높여, 경쟁을 활성화할지가 정책당국의 주된 고민거리다. 이전의 '룰'을 돌아보고, 필요하다면 시장에 위협이 되는 사업자가 진입하도록 메기를 투입할 수 있다는 신호라도 줘야 한다.
망 이용대가를 내지않는 구글, 넷플릭스에 대한 정책도 돌아봐야 한다. 중간요금제, 저가 요금제를 넘어 공짜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통신시장 생태계 구성원에게 정당한 재원을 확보하도록 해 최소한 통신비 인상 유인을 줄여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간 재판 결과를 보고 망 이용대가 정책 향방을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망 이용대가에 대해서는 민간 기업의 일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하고, 중간요금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 출시하도록 유도한 것은 모순이다.
통신산업을 민간에 맡기기로 했다면 직접적 개입은 가능한 자제하는 게 맞다. 제도와 정책을 통해 최대한의 경쟁을 유도하고, 보다 공정한 룰을 확보하도록 '정공법'을 고민하고 가다듬을 시점이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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