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웹3.0과 마이데이터

박주석 경희대 교수·마이데이터코리아허브 대표
박주석 경희대 교수·마이데이터코리아허브 대표

많은 전문가가 “이제 웹3.0 시대가 도래했다”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언론이나 방송에서 웹3.0 얘기가 봇물 터진 듯 나온다. 하지만 웹1.0 또는 웹2.0과 달리 웹3.0이라는 용어는 아직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 웹1.0은 1990년대를 주도한 일 방향 읽기 중심 웹이다. 웹2.0은 2000년대를 주도한 양 방향 읽기-쓰기 중심 웹이다. 반면에 웹3.0은 지난 10년 동안 다양하게 정의돼 왔다. 초기에는 웹3.0을 정보의 홍수를 해결하는 '시맨틱 웹'을 일컬었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실시간 웹'을 의미했다. 암호화폐 시대가 도래하면서 현재는 '블록체인 기반 웹'을 주로 얘기하고 있다. 더 나아가 메타버스를 의미하기도 한다.

웹3.0에 포함되는 암호화폐,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에 대해 많은 기대감도 들지만 회의감도 있다. 암호화폐는 최근에 폭락했고, 블록체인 구현은 특정 산업에만 한정되고 있다. 메타버스 기업 투자 열기는 식어 간다.

그렇다면 웹3.0은 확실한 미래인가. 그리고 어떤 개념이 중요한가. 웹3.0의 핵심 가치인 탈중앙화는 조직 관점, 프로세스 관점, 데이터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데이터 관점에서 보면 중앙집중화된 데이터베이스 대신 분산 데이터베이스를 강조한다. 블록체인은 중복된 분산원장으로 신뢰를 구축했지만 장단점이 분명히 있고, 웹3.0의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이를 따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웹3.0에서 데이터 탈중앙화는 조직 중심 데이터 생태계에서 개인 중심 데이터 생태계로 변화되는 것을 의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웹2.0에서 데이터플랫폼을 통해 공급자와 수요자를 자유롭게 연결하고 비용 절감 효용이 있었지만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 결국 모든 데이터를 독점함으로써 막대한 부를 획득했다. 즉 플랫폼 기업 중심의 거대한 데이터 생태계가 구현되면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톱10 기업이 탄생했다. 웹3.0에서는 플랫폼 중심 데이터 생태계를 개인 중심 데이터 생태계로 탈중앙화할 수 있다. 대표적 개인 중심 데이터 생태계는 마이데이터다. 마이데이터는 특정 조직의 데이터를 통해 나의 서비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내 데이터를 내가 통제하고 나의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개인의 데이터 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분산 데이터베이스 체계를 구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마이데이터 현황을 살펴보자. 올해 1월에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데이터전송권 중심으로 시행, 세계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4월 기준 전체 가입자 수는 2596만명에 이르고 데이터 전송 건수도 125억건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금융기관·핀테크·빅테크 회사가 주도해서 데이터서비스를 구축하다 보니 비즈니스 모델에만 집중되어 있고, 제시된 비즈니스 모델도 차별성이 없다. 지금 우리나라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플랫폼 중심의 다른 데이터 생태계를 구현하고 있다.

웹2.0 관점의 마이데이터 체계보다는 웹3.0 관점의 마이데이터 체계로 변화돼야 한다. 개인은 자신의 데이터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활용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은 자신의 데이터 생태계를 쉽게 구현하고 자신의 시스템을 통해 지속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은 자신의 데이터 생태계를 통해 원하는 만큼의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정리하면 웹3.0의 탈중앙화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 탈중앙화는 누구에게도 통제받지 않고 중개자가 없는, 말 그대로 중앙에서 벗어난 상태를 말한다. 데이터 관점에서 탈중앙화는 조직의 데이터 생태계를 개인 데이터 생태계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즉 그동안 블록체인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거래 체계가 구현됐다면 이제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주권을 구현하는 것이다.

박주석 경희대 교수·마이데이터코리아허브 대표 jspark@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