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진교원 SK하이닉스 사장을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선임한 건 반도체 사업의 성공 DNA를 배터리 사업에도 이식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급팽창기에 경쟁사보다 앞선 제조와 공정기술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미국, 유럽 등 해외 대규모 공장 신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관리의 필요성도 COO 신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SK온은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액 200조원을 확보한 세계 4위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다. 올해 77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했고, 미국·유럽·중국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 가동이 시작된 헝가리 코마롬 2공장에서는 10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미국 조지아 1공장에서는 9.8GWh 전기차 배터리가 양산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 공장은 증설이 한창이다. 미국 조지아 2공장은 포드 전기트럭 F-150에 탑재될 10만대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는데 F-150 판매 증가로 2공장 생산 능력은 수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조지아주 1공장 생산성을 끌어올리며 포드 신규 전기차 배터리 공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해외 사업장의 경우 현지 전문가 부족으로 생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80%에 이르는 수율(양품 생산비율)이 나와야 하지만 아직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SK온은 급한 대로 서산 배터리 공장의 생산 인력을 급파, 해외 사업장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배터리 사업장 안정화가 발등의 불이다. COO로 발탁된 진 사장은 SK그룹 내부에서 반도체 제조 전문가로 꼽힌다. 제조 및 공정기술 고도화와 공장 안정화에 적임자로 평가된다.
SK온은 총 160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이미 수주했다. 올해부터 주요 고객사인 포드, 폭스바겐에 전기차 배터리를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북미 중심으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 전기차 배터리 납품 시점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고객사의 품질과 납기 준수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COO 조직은 이 같은 문제도 효과적으로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사업장 전기차 배터리 출하 속도는 매출과 수익성 확대와 직결된다. SK온은 올해 4분기부터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 전기차 배터리 세계 3위 업체로의 도약에도 도전한다. 올해 말까지 해외 신규 사업장 가동률 개선, 생산 확대를 통해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강화도 SK온의 과제다. 미국이 배터리 제조시 중국산 부품, 소재, 장비 사용을 제한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소부장 생태계 경쟁력 강화가 관건이다. 진 사장의 합류로 국내 소부장과 협력해 배터리 생태계 강화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