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 대상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규제를 단행한다. 대만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이 자국 기업의 첨단 반도체를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공시에서 이 같은 미국 정부의 방침을 받았다고 밝혔다. 자사가 보유한 첨단 반도체 일부를 중국과 러시아에 판매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가 지난달 26일 홍콩을 포함한 중국 수출에 대해 새로운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면서 “중국군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 자사 서버 GPU 제품인 A100와 H100, AI 기반 슈퍼컴퓨터 DGX 시스템 등이 수출제한 품목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중국과 대만 간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움직임이 크게 확대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엔비디아, AMD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의 제품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미지·음성 인식에 필요한 첨단 컴퓨팅 기술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첨단 반도체는 위성 이미지에서 무기·기지 수색 등 군사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 이번 분기에만 4억달러(약 54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는 엔비디아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미국 정부에 수출규제 면제를 신청할 것으로 보이지만 받아들여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전했다.
AMD도 미국 정부로부터 엔비디아와 같은 지침을 받았다. 하지만 수출제한 조치가 MI100 등 다사의 주력제품 판매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규제 대상국에는 러시아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미 엔비디아와 AMD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자사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