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초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바이오 산업 박람회 '바이오플러스 인터펙스(BIX) 코리아 2022'는 전 세계 15개 국가에서 200개 기업과 7000여명의 참관객이 참여하는 성과를 내는 등 성황리에 종료됐다. BIX 코리아는 국내외 기업들의 전시부터 콘퍼런스, 파트너링, 기업발표로 구성된 종합 컨벤션 행사다.
특히 이번 행사의 콘퍼런스 세션에서는 '바이오 산업과 ESG의 영향'이라는 강연을 통해 최근 화두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조명, 참가자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미 ESG가 기업의 가치를 매기는 데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힌 만큼 전문가 대담을 통해 미래를 앞서가는 바이오 기업에 ESG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시장 경쟁 상대인 화이자는 이미 ESG 가운데 G에서 여성 임직원 비율, 인종 다양성뿐만 아니라 이사회의 ESG 감독 수준까지 반영하고 있다. 기업 경영현장에서는 사내 윤리교육 강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신약 개발과 생산을 넘어 이제는 얼마나 사회의 공적인 기능과 책무를 다했는지, ESG 경영 목표를 달성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ESG 경영의 핵심 가치 가운데 하나인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 우리 제약·바이오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은 '오너 중심 경영체제'에서 탈피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차츰 옮아 가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내는 경우도 많다. 또 대표이사(CEO)부터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정보책임자(CIO),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경영진 분화를 통해 선진 경영 체제를 이뤄 나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부족한 부분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지배구조 개선은 ESG 경영 실현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업경영 현장에서 ESG 실천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여전히 ESG 경영이 비용인지 장기적 투자인지 딜레마에 빠지기 쉬우며, ESG가 창출하는 가시적 효과에 대한 명확한 답을 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 어려운 것이 거버넌스 개선에는 정해진 공식이 없다는 점이다. 이사회 규모, 기업 가치, 기업 성과가 바로 연계되는 것도 아니다. ESG를 추진할 때 기업 가치와 수익성을 먼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태껏 우리나라 기업의 ESG는 줄곧 반전의 역사였다. 이른바 '재벌'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는 지배구조 문제와 이로 말미암은 반기업 정서가 있었던 만큼 오히려 글로벌 기업보다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치를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곧 다가올 ESG의 미래, 거버넌스의 이상향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우리 바이오 기업. 이미 높은 수준을 갖춘 위탁생산 인프라, 경험 많은 연구인력 등과 어우러져 '바이오 ESG 경영'의 실현을 위한 마침표를 느낌표로 장식하길 기대해 본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근부회장 lskearth@koreabi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