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데이터의 주인은 누구일까. 물론 환자를 분석한 의사의 지식과 이를 의료정보 형태로 가공해서 보관하는 병원의 노력이 포함되지만 기본적으로 의료 데이터의 주인은 환자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인이 의료 데이터 주권을 주장하기는 쉽지 않았다. 병원이 보관하고 있는 데이터 자체에 접근하기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다른 병원 진료나 맞춤형 건강관리에 활용하려 해도 병원에 방문해서 서류를 발급받고 직접 전달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서울과 부산지역 240개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범 개통이 이뤄진 의료 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인 '마이헬스웨이'는 개인이 의료 데이터 주권을 찾는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 마이데이터는 정보 주체인 국민이 본인의 의료 데이터를 손쉽게 조회하고 원하는 곳에 원하는 목적으로 전송해서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말한다.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모바일 앱에서 여러 병원의 진료기록을 조회하고 사본을 발급받는 간단한 일부터 이전 병원의 진료기록을 다른 의료기관에 디지털로 전송할 수 있는 생태계도 갖춰진다. 데이터를 다양한 민간 기업으로 전송해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당뇨 환자라면 몇 년 치 진료기록을 헬스케어 기업으로 보내면 투약 알림, 식단 관리, 운동 등과 같은 맞춤형 혈당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서비스 이용은 환자 동의를 전제로 한다.
제약사나 의료기기 회사를 비롯해 병원, 연구자,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등은 의료 데이터에 목말라 있지만 의료 빅데이터 활용은 미흡한 표준화와 여러 규제로 쉽지 않았다. 의료 빅데이터가 아닌 개인 동의 기반의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헬스케어 산업 발전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개인정보보호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의료 데이터는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담고 있는 만큼 유출되거나 개인 의도와 달리 활용되면 사생활 침해 피해가 매우 클 수 있다. 개인 동의 과정에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거나 제3자에게 데이터를 사고파는 식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정부는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을 뒷받침할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의 근거를 갖추고 이를 활성화하는 것이 법안의 목적이지만 동시에 개인에게 전송받은 데이터를 활용할 기관의 자격 요건을 규정하고 문제를 일으킬 경우 퇴출하는 내용이 담긴다.
한발 늦게 시작하는 의료 마이데이터가 개인정보보호 우려를 불식시키고 안전하게 활성화되어 개인의 의료 데이터 주권 회복에 도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마이데이터 활성화의 핵심은 다양한 의료기관의 참여를 통해 이뤄진다.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된 형태로 관리하고 제공하는 병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통해 참여 유인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