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스크린 고객경험 극대화로 초격차 지속

삼성·LG, 스크린 고객경험 극대화로 초격차 지속

세계 가전 시장에서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삼성과 LG가 나란히 '스크린 고객경험'을 불황 타개 전략으로 내세웠다. '바보상자'로 일컫던 전통적인 TV 시대가 저물고 개인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서비스·제품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것으로 봤다. 수요 둔화와 중국 등 경쟁업체 도전이라는 현실에 직면한 양사가 스크린 고객경험으로 초격차를 유지할지 관심을 모은다.

◇삼성, 게이밍·채팅 서비스 강화…신시장 창출 속도

삼성전자는 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2에서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 전략 브리핑 행사를 가졌다. 삼성전자는 콘텐츠 소비 목적 다양화, 주거 환경 변화, 연결성 화두 등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맞서 차별화된 고객경험이야 말로 경쟁 우위와 수요 창출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고객경험 무기로는 다양한 TV 서비스를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현재 워크스페이스(재택근무), 삼성헬스(건강관리) 등 스마트TV에 탑재된 서비스 외에 올해부터 게이밍 허브(게임), 라이프 채팅(실시간 소통) 서비스까지 추가 지원한다. 수동적인 콘텐츠 소비가 아니라 업무, 교육, 취미 등 생활 전반을 TV를 매개로 영위하는 능동적인 소비층을 겨냥했다.

현지시간 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2에서 열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 브리핑에서 정강일 상무가 하반기 주요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현지시간 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2에서 열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 브리핑에서 정강일 상무가 하반기 주요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더 셰리프' '더 프레임' '더 세로' 등 라이프 스타일 스크린 시장을 연 새로운 형태 제품도 차별화된 고객경험 제공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상반기에 출시한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과 최근 공개한 세계 최초 55형 커브드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아크'까지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들 제품은 판매량과 매출 모두 전년 대비 두 배씩 성장하며 삼성 TV 사업의 한 축을 구축했다.

정강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상무는 “라이프 스타일 제품은 기존 TV 고객과 다른 고객을 겨냥해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며 “전통적인 TV를 좋아하는 고객이 대부분이지만 다른 대안을 원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과 마찬가지로 수요 둔화 고민이 큰 모바일 사업 역시 폴더블 폰을 내세워 차별화된 고객경험과 신수요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모바일익스프리언스(MX) 사업 브리핑에서 '갤럭시Z 폴드4·플립4'를 중심으로 폴더블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지시간 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2에서 열린 삼성전자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 사업 브리핑에서 최원준 MX사업부 전략제품개발팀장(부사장)이 하반기 주요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현지시간 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2에서 열린 삼성전자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 사업 브리핑에서 최원준 MX사업부 전략제품개발팀장(부사장)이 하반기 주요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폴더블 시장은 삼성전자가 2019년 처음 선보인 이후 가파르게 성장, 2025년에는 750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그해 플래그십 전체 판매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비중이 절반에 가까울 것으로 기대한다. 가전에서 라이프 스타일 영역을 창출했듯 모바일에서는 폴더블 시장을 열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최원준 MX사업부 전략제품개발팀장(부사장)은 “뉴 폼팩터로 소비자가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가치 있는 경험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규 폼팩터도 연구하지만 무엇을 제공할 것인지 연구를 지속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Z 폴드4를 출시하면서 슬림 힌지를 적용, 무게를 전작 대비 15% 줄였다. 이를 통해 기기 폭을 유지하면서도 커버 스크린을 넓혀 스크린 사용성을 높일 수 있었다. 또 이 제품은 메인 디스플레이 가로를 3cm 더 넓게 개선해 화면 몰입도를 높였고 접히는 디스플레이에서도 S펜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성능을 개선해 고객경험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LG '3초 전략' 승부수…초대형·초개인화·초경험 집중

LG전자도 3일 하반기 TV 사업 전략을 공유하는 '테크 브리핑' 행사를 열었다. 이날 발표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되 초대형·초개인화·초경험에 초점을 맞춘 '3초 전략'으로 수요 둔화 국면을 돌파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현지시간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2에서 열린 LG전자 테크 브리핑에서 백선필 TV CX 담당(상무)이 하반기 주요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현지시간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2에서 열린 LG전자 테크 브리핑에서 백선필 TV CX 담당(상무)이 하반기 주요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LG전자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해 TV를 개인 삶을 확장하는 '라이프 온 스크린'으로 재정의했다. HW 경쟁 의미가 옅어진 상황에서 고객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을 파고들어 세분화된 고객경험이 승패를 좌우한다는 의미를 내포했다.

백선필 LG전자 TV CX(고객경험) 담당 상무는 “TV 사업 지향점으로 TV를 통해 고객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고객경험 혁신을 앞세우고 있다”면서 “초대형, 초경험, 초개인화 등 다양한 솔루션을 통해 휴(休)·미(美)·락(樂)의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IFA 2022에서 급성장하는 초대형 TV 수요에 대응해 97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136형 가정용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를 공개했다. 동시에 벤더블 게이밍 올레드 TV '플렉스'로 초경험을 제공, 급성장하는 게이밍 스크린 시장 공략 강화를 선언했다.

이 제품은 42형 올레드 TV로 게이밍에 특화된 성능과 원할 때마다 화면을 구부렸다 폈다하는 기능을 갖췄다. 압도적인 화질과 몰입감을 원하는 게이머에게 새로운 사용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초개인화 전략에 따른 LG 스탠바이미, LG 올레드 오브제컬렉션 등 라이프 스타일 제품 라인업을 확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계획이다.

◇수요 둔화·中 도전 '이중고'…모멘텀 절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각각 31.5%, 17.4% 점유율로 1·2위를 달리고 있다. 선두 업체가 나란히 '스크린 고객경험'을 무기로 내세운 것은 수요 둔화와 중국 등 경쟁사 도전 대응이 목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TV 출하량은 9260만4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6% 줄었다.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수요 둔화 국면에 접어들어 올해는 13년 만에 전체 출하량 2억대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고객 창출이 필수다. 삼성·LG는 기존 TV에 원격 회의·교육, 건강관리, 디지털 작품 감상 등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고객층을 확대하는 중이다. 게이밍 TV, 이동형 스크린 등 기존에 없던 라이프 스타일 스크린 제품으로 신시장을 창출한다.

이 같은 전략은 TCL, 하이얼 등 중국 TV 업체가 프리미엄 영역 진입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이들과 초격차를 벌릴 무기가 된다. 중국 기업은 과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웠으나 최근 미니 LED, QLED 등 프리미엄 디스플레이는 물론 게이밍 TV 등 특화시장 진출까지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 정 상무는 “더 프레임이나 더 프리스타일은 시장에 자리 잡을 경우 유사 제품이 나올 수도 있다”면서 “다만 라이프 스타일 제품은 TV 외형만 바꿔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고객경험 중요성을 강조했다. LG전자 백 상무 역시 “LG 스탠바이미도 금방 카피(복제)가 가능한 문제가 있다”면서 “지금까지 썼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사용자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