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로 1년이 된 중미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화폐 실험’이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그간 엘살바도르가 사들인 비트코인은 가격이 반토막 났고,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 도시’ 사업지는 우거진 수풀이 그대로다.
아메리카에코노미아 등 중남미 경제 매체는 엘살바도르가 암호화폐 가치 하락 속에 고용·투자가 활성화하기는커녕 경제 성장률 반등의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7일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할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4만7000달러(약 6493만원, 현재 환율 기준)에 육박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는 약 1만 9217달러(약 2655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작년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정작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비트코인 가격 급락에 “싸게 팔아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보이며 추가 매수하는 등 태도를 보여 도마에 올랐다.
엘살바도르가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부켈레 대통령은 국고로 비트코인을 살 때마다 트위터로 그 사실을 알렸다. 그의 말대로라면 현재까지 엘살바도르는 10여 차례에 거쳐 2381개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투자 손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설 웹사이트 ‘나이브트래커’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 나라는 투자액의 57%를 손해봤다. 금액으로 따지면 6140만달러, 우리 돈 848억원에 달한다.
야심차게 내놓은 ‘암호화폐 도시’ 건설은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로이터통신은 해당 사업지가 여전히 수풀이 우거진 상태라며, 현장에서 도시 건설을 위한 중장비는 물론 건설 노동자, 건설 자재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자국민들에게 암호화폐 사용을 촉구하기 위해 배포한 비트코인 지갑 애플리케이션(치보, chivo)도 사용되지 않고 있다. 초기에 무료로 주던 30달러를 받기 위해 앱을 사용한 이들을 제외하고는 신규 가입자가 거의 없다. 특히 올해는 다운로드수가 바닥을 치고 있다.
유엔 중남미경제위원회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올해 엘살바도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연초 3.8%에서 4월 3.0%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달 23일에는 2.5%로 재조정됐다.
이는 역내 중미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엘살바도르 중앙은행(2.6%), 세계은행(2.7%), 국제통화기금(IMF·3%) 등 주요 기관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엘살바도르의 암호화폐 도시 건설 계획은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현지인을 인용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