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11>공영방송 논란과 미래 매체 환경

[김장현의 테크와 사람]<11>공영방송 논란과 미래 매체 환경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에 대한 논란이 고개를 든다. 그것을 견뎌 내야 하는 공영방송은 내적인 무기력과 냉소주의에 빠져든다. 시청료만 해도 그렇다. 1981년 4월 컬러TV 방송 시작과 함께 컬러TV는 월 2500원, 흑백TV는 800원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흑백TV 시청료는 3년쯤 뒤부터 없어졌다. 1981년의 2500원은 지금 가치로 1만원이 넘는 거액이다. 그런데 이게 41년째 그대로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1981년 당시의 2500원은 짜장면 다섯 그릇 정도를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었지만 지금은 짜장면 대신 짜장라면 두세 개 끓여 먹을 수 있는 액수다. 시청료에 의존하는 비중이 전체 재정의 절반도 안 되는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오히려 시청료 현실화를 제안하거나 대안적인 공공재원 조달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비판 일변도의 입장보다 합리적이지 않을까.

재원의 현실화와 지출의 투명성을 균형있게 추진하는 것이 일방적인 매도보다 공영방송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시청료를 전기료에 통합 징수하는 부분에 대한 논란이나 종편과 수백 개의 채널이 범람하는 시대에 왜 별도로 시청료를 걷는 공영매체가 필요하느냐는 논란에 대해서는 공영방송이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좋은 방송으로 증명함으로써 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권 등장과 퇴조에 따라 매번 마치 태풍 힌남노와 같은 기세로 공영방송을 흔들어 대서는 어디 정신을 차리고 방송을 할 수 있겠는가.

태풍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지난주 힌남노와 같은 대형 재난이 빈번해지고 있는 이때 재난방송을 주관하는 방송사 역시 공영방송이다. TV와 라디오에 공영 채널 운영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국제방송을 송출하는 곳도 공영방송이요, 국악관현악단과 교향악단 등을 운영해서 문화 창달에 앞장서는 것도 사회가 그동안 공영방송에 맡겨 온 짐이다. 얼마 전 고인이 된 송해 선생님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국민을 위로할 수 있은 것도 당시 상황에서 울릉도·제주도까지 전국망을 갖추고 있던 공영방송이라는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냉전 시대에는 공영방송이 송출하는 단파방송이 공산권에서 거주하는 우리 동포들에게 매우 중요한 고국 소식 제공원이었다. 지금은 위성과 단파를 통해 전 세계에 한류를 전파하는 데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필자가 해외에 거주할 때도 고국을 향한 향수를 달래는 데 크게 의지했다.

흔히 뉴스채널이나 종편이 있는데 여전히 공영방송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을 하곤 한다. 심지어 요즘 젊은 세대는 뉴스마저 유튜브로 보는데 공영방송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광고주를 고객으로 하는 민영채널과 국민을 고객으로 하는 공영채널의 아름다운 공존이야말로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편향성이 점점 더 심해져 가는 현재의 뉴스 소비 행태에 균형을 부여할 수 있는 중요한 균형자라고 생각한다.

공영방송의 모든 활동은 끊임없이 견제받고 성찰돼야 한다. 그러나 그 방식이 정치적 의도에 따른 흔들기나 재원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이 되면 안 된다. 공영방송도 더 이상 수동적인 행위자가 아닌 능동적 수용자가 돼 가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채널을 더 넓게 확장하고,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균형있게 보도해 내는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영방송이 채널 간 경쟁에 휩쓸려서 덩달아 시청률 지상주의에 매몰돼야 하는 상황으로부터는 더 자유롭게 놓아 주어야 한다.

유튜브와 개인방송 시대에 공영방송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공적 책무를 공적 재원에 의존해서 수행하는 미디어가 한두 개쯤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의 대표격인 BBC도 끊임없는 논쟁과 비판 속에서 공영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성장하고 있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alohakim@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