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탄소중립에 도전한다. 직접배출 감축에 투자를 확대하고,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해 2050년 이전에 최대한 조기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내에 반도체 사업장이 집중된 삼성전자로서는 재생에너지 보급이 더디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우리나라의 열악한 환경에서 '불가능에 도전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감한 결정이다. 삼성전자는 초저전력 반도체·제품 개발과 자원순환 극대화 등 혁신기술을 통해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1.7배 전력 쓰는 삼성전자, 탄소중립 도전
삼성전자는 2050년 직·간접(Scope1·2) 탄소 순배출을 제로화하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2030년 DX부문부터 탄소중립을 우선 달성하고 DS부문을 포함한 전사는 2050년을 기본 목표로 최대한 조기 달성을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2021년 기준 1700여만톤의 탄소를 배출했다. 삼성전자 전력 사용량(25.8TWh, 2021년)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사 중 최대로 서울시 전체 가정용 전력 사용량 14.6TWh의 1.76배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탄소중립을 달성하면 그만큼 탄소 배출이 줄어든다.
삼성전자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탄소 직접배출(Scope1)을 줄이기 위해 혁신기술을 적용한 탄소 배출 저감시설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직접 배출하는 탄소는 주로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공정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사용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공정가스 처리효율을 대폭 개선할 신기술을 개발하고 처리시설을 라인에 확충한다. LNG 보일러 사용을 줄이기 위해 폐열 활용을 확대하고 전기열원 도입 등도 검토한다.
삼성전자는 전력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간접배출(Scope2)을 줄이기 위해 RE100에 가입했고, 2050년까지 사용 전력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5년 내에 모든 해외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추진한다. 서남아시아와 베트남은 2022년, 중남미 2025년, 동남아·독립국가연합(CIS)·아프리카는 2027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완료한다.
이미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한 미국, 중국, 유럽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직접 체결하는 재생에너지공급계약(PPA)을 확대한다. 가전·모바일사업 등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X부문은 국내외 모두 2027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추진한다.
다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로 전력 사용량이 계속 늘어나는 구조다. 핵심 반도체 사업장이 위치한 한국은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1년 7.5%로 OECD 평균(30%)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RE100 2020 연례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어려운 10개국에 한국을 포함했다.
삼성전자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를 추진키로 했다. 단순히 에너지 구매자로서의 기업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동종 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新환경경영 핵심은 혁신기술
삼성은 '삼성환경선언'을 발표한지 30년 만에 혁신기술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기후위기 극복 동참한다는 내용의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혁신적인 초저전력 기술 개발을 통해 제품 사용 단계에서 전력 사용을 줄이고, 원료부터 폐기까지 제품 전 생애에 걸쳐 자원순환을 극대화해 지구 환경을 살리는 데 기여할 계획이다. 제품의 사용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저감하기 위해 제품의 에너지 효율 제고에 기술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탄소배출 저감에 동참하는 활동이 되도록 한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초저전력 기술을 확보해 2025년 데이터센터와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되는 메모리의 전력 소비량을 대폭 절감할 수 있도록 한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와 저전력 설계 기술 발전은 각종 IT 제품과 데이터센터 등 사용전력 절감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다. 더 적은 원자재로도 동일 성능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
제품 측면에서는 스마트폰,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PC, 모니터 등 7대 전자제품의 대표 모델에 저전력 기술을 적용한다. 2030년 전력소비량을 2019년 동일 성능 모델 대비 평균 30% 개선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고효율 부품(압축기, 열교환기, 반도체)을 적용하고 AI 절약모드 도입 등 제품의 작동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절감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삼성전자는 원료부터 폐기·재활용까지 전자제품의 모든 주기에 걸쳐 자원순환성을 높이는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재활용 소재로 전자제품을 만들고 다 쓴 제품을 수거해 자원을 추출한 뒤 다시 이를 제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자원 순환 체제'를 만든다. 삼성전자는 자원순환 극대화를 위해 소재 재활용 기술과 제품 적용을 연구하는 '순환경제연구소'를 설립했다.
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부품에 재생레진 적용을 대폭 확대한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부품의 50%, 205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부품에 재생레진 적용을 추진한다. 폐배터리는 2030년까지 삼성전자가 수거한 모든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또 사업장의 자원순환성 강화를 위해 수자원 순환 활용 극대화에 나선다. 특히 반도체 국내 사업장에서는 '물 취수량 증가 제로화'를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처리기술 개발과 적용을 통해 방류수는 하천 상류 수준의 깨끗한 물로, 배출 대기는 국가 목표 수준의 깨끗한 공기로 처리해 배출할 방침이다. 탄소 포집·활용과 미세먼지 저감 기술 개발에도 힘 쏟는다. 탄소포집 기술을 2030년 이후 반도체 제조시설에 적용한 뒤 전사와 협력사까지 확대 적용한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대표이사가 주관하는 지속가능경영협의회와 사외이사로 이뤄진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통해 이행 경과를 점검할 방침이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