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반도체·배터리에 이어 바이오 분야에서도 '메이드 인 아메리카' 구축을 공식화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백악관이 14일 후속 조치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백악관은 총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를 들여 자국 내에 바이오 생산기반을 갖추고 전염병 대응에 필요한 약물 원료, 군에 필요한 생명공학 소재 등을 개발·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생산된 원료와 바이오 완제품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는 백악관의 앞선 발언대로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의지가 읽힌다.
미국 정부는 이번에도 바이오를 안보 차원에서 다루겠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 우리의 지정학적 비교우위를 유지·강화하려면 국내에서 국력의 원천을 채우고 재활성화해야 한다”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은 무게감을 더한다.
문제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 시도가 우리나라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은 한국에 생산 거점을 두고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왔다. 미국이 자국 의약품의 해외 생산에 제동을 걸거나 미국 내 생산품에 인센티브를 줄 경우 피해는 우리 기업에 돌아오는 구조다.
아직 미국 행정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서 예단은 이르다. 그러나 안일하게 있다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 한국 자동차 사례가 바이오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국익 앞에서는 동맹도 떠나는 게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이럴 때 정부가 정보력과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에게 불리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은 없는지 면밀히 파악하고 대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에서 바이오는 이제 막 성장단계에 진입한 산업이다. 손놓고 있다가는 미래 먹거리도 놓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