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한국 소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인구절벽으로 돌진하는 한국을 대상으로 깊은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서 “한국과 홍콩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붕괴'(population collapse)를 겪고 있다”고 경고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1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합계출산율)는 0.81명이다. 이는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최저 수치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1.0명 미만을 기록했다.

정부는 합계출산율 6.0명에 이른 1960~1970년대에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는 다소 충격적(?) 표어를 앞세운 가족 계획을 홍보했다. 반면에 60여년이 지난 지금은 “하나는 부족하다”며 다산을 장려하고 있다. 출산율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국력 약화는 물론 머지않아 한국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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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지난 14일 게재한 기사에서 한국 정부가 보조금 등 현금 기반의 유인 정책만으로 출산율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해 830만원에 이르는 사교육비 등 육아 부담은 물론 △집값 급등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복귀 애로 △결혼 감소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긴 군 복무 기간 등을 저출산 원인으로 꼽았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복귀 후 회사의 '응징'을 걱정해야 하는 한국 사회 분위기도 전했다.

인구는 국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 지표다. 인구가 많은 국가일수록 타국 대비 많은 생산인력을 확보하고, 두꺼운 생산 인구층(15~64세)으로 빠른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던 중국과 인도는 수십년 동안 10억명을 웃도는 인구를 발판 삼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위협하는 신흥 국가로 초고속 성장했다.

정부는 내년부터는 부모의 출산·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 0∼1세 아동 양육 가구에 월 최대 70만원의 '부모 급여'를 지급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이후 총 380조원을 투입했지만 2018년에 사상 처음으로 합계출산율 1.0명대가 붕괴한 것을 고려하면 이 같은 현금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통계청은 오는 2024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수십년 안에 0.5명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아기 울음소리가 그친 국가의 최후는 소멸뿐이다. 정부가 그동안 추진한 수천 가지 저출산 정책을 복기·개선해서 인구 위기를 극복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길 간절히 바란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