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이스피싱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급증하는 대면편취도 보이스피싱으로 보고 이들의 금융거래를 막는 방법과 함께 대포폰 근절을 위한 개통 회선 수도 150개에서 3개로 제한하는 금융·통신 대책을 추진한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보이스피싱 대응 성과·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가 3만900여건 발생, 피해액이 7744억원에 이르렀다. 정부는 작년 12월부터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테스크포스(TF)'를 운영, 경찰청과 정부합동수사단을 앞세워 강력한 단속·수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만6000여명을 검거하고 대포폰·악성문자 등 11만5000여개 범죄수단을 차단해 올해는 발생건수와 피해금액이 전년 대비(1~8월) 30%가량 감소했다.
정부는 이날 범정부 TF 논의를 거쳐 강력한 금융·통신분야 맞춤형 대책을 내놨다.
금융 대책으로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에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적용해 사기이용 계좌 지급정지를 추진한다. 그동안 범인을 만나 직접 현금을 주는 대면편취형의 경우 송금·이체 행위가 없어 보이스피싱이 아닌 것으로 봤으나 앞으론 이를 보이스피싱으로 보고 수사기관이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하는 즉시 금융회사에 해당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국회에서 다음 달 중 개정안을 발의해 법안이 통과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또 실명 확인이 되지 않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무통장(무매체) 거래 한도를 축소한다. 일반적으로 ATM을 이용할 땐 카드나 통장을 사용하지만 보이스피싱 경우엔 계좌번호만을 이용해 현금을 이체하는 방식을 주로 쓴다. 이에 무매체 이체 1회 한도를 기존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낮추고 1일 한도도 무제한에서 300만원으로 제한한다. 올해 안에 금융사 내규를 개정하고 시스템을 개발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한다.
비대면 계좌개설 시 신분 확인이 깐깐해진다. 내년 9월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을 도입해 모든 금융사가 사용하도록 하고 내년 하반기엔 계좌 신청인 얼굴을 비교할 수 있는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한다. 오픈뱅킹 신규 가입 시엔 3일간 이용 한도를 10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축소하고 결제, 선불 충전 외 자금이체는 차단한다. 또 개인정보 노출 등으로 보이스피싱 피해가 우려되는 소비자가 본인명의 계좌 거래를 일괄 제한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을 구축한다.
통신 대책으로는 대포폰 대량 개통을 막기 위해 개통 가능한 회선 수를 대폭 제한하고 추가로 대포폰, 보이스피싱 등 불법행위 이력이 있는 명의자의 경우에는 일정기간 동안 이통사들이 휴대전화 신규 개통을 제한할 계획이다. 보이스피싱 등 범죄 이용 전화번호 이용중지뿐만 아니라 전화번호를 변조·발신하는 변작 중계기(SIM박스)에 대해서도 통신 사용을 차단한다. 보이스피싱 의심 문자를 수신하는 즉시, 이용자가 단말기에서 쉽고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불법문자 신고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ATM 무매체를 통해 송금받는 계좌의 약 99.6%가 1일 수취금액이 300만원 이하인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신규 오픈뱅킹 가입 후 이체 제한에 대해선 “오픈뱅킹 이체가 차단되더라도 기존 금융사 모바일뱅킹 이체는 가능해 소비자가 필요한 자금을 이체하지 못해서 겪는 불편함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