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한 직후인 지난 9월 현대차그룹 주력 전기차 판매량이 전달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냈다. 4일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은 9월 1개월 동안 전기차 아이오닉5를 1306대 판매했다고 밝혔다. 8월 판매량 1517대보다 14%(211대) 감소했다. 7월 1984대(아이오닉 포함)보다는 30%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기아 전기차 EV6의 판매량은 1440대로 전월 1840대보다 22%(400대) 감소했다. EV6 7월 판매량은 1716대였다.
전기차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로는 미국 내 판매가 증가했다. 9월 현대차그룹의 미국 친환경차 전체 판매는 1만1263대로 작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지만 전기차 판매량은 3533대로 28.0% 늘었다. 하이브리드차는 7703대로 11.2%, 수소전기차는 27대로 48.1% 각각 줄었다.
현대차는 보조금 영향이 없는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크게 감소한 것은 지난해 9월 미국 내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일시적으로 206.4%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월마다 영업 일수가 다르고 휴가 기간도 있는 등 사정이 달라서 전월과 비교해 판매량을 평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IRA에 따른 영향은 시차를 두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를 기점으로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달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이 IRA를 주요 입법 성과로 홍보하면서 현대차·기아가 받을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법 적용에 따른 소비자 심리 변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도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IRA는 지난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후 공포 즉시 시행됐다. 이 법은 미국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아이오닉5와 EV6는 모두 한국에서 전량 생산, 미국으로 수출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전기차 공장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신공장은 2025년 완공 예정이어서 3년 뒤에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공장 완공 시점을 2024년으로 앞당길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현대차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기차를 제외하면 현대차와 기아는 9월 1개월 동안 미국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 갔다. 현대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증가한 5만9465대를 판매했다. 가장 많이 팔린 투싼은 31% 증가한 1만2971대, 싼타페는 40% 늘어난 9192대가 각각 팔렸다. 현대차의 올해 3분기 누적 판매량은 18만443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 증가하며 3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기아는 9월 1개월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 증가한 5만6270대를 판매했다. 올해 3분기 누적 판매량은 18만4808대다. 역대 9월과 3분기 기준 모두 최대 판매 실적이다. 스포티지는 88% 증가한 1만2412대로 가장 많이 팔렸다. 쏘렌토도 79% 증가한 7350대를 기록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