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손정의 회동 "ARM 합병 논의 없었다"

지난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서울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열린 국내 기업 총수들과 만찬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지난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서울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열린 국내 기업 총수들과 만찬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4일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 인수합병(M&A) 관련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삼성전자와 ARM 간 포괄적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장, 노태문 MX(모바일경험) 부문장 등 삼성 측 최고경영진과 ARM 최고경영자(CEO)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남은 지난달 21일 이 부회장이 중남미와 영국 출장을 다녀온 뒤 입국장에서 이달 초 손 회장의 ARM 인수 관련 제안을 들어볼 것이라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이달 1일 서울을 방한, ARM 인수합병(M&A)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 관계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만남에서는 전략 제휴 등 구체적인 이야기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ARM을 엔비디아에 매각하는 딜이 무산되자 삼성전자를 포함한 SK하이닉스, 인텔, 퀄컴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M&A를 추진하는 방법이 언급돼 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M&A 방식이 아니더라도 포괄적 협력 논의에 대한 공감대는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ARM의 반도체 IP는 삼성전자도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ARM 협력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전용 AP를 자체 개발하는 만큼 ARM IP 활용 등 중장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양사 수장이 큰 틀에서 협력 방안에 의견을 교환했다면 향후 세부 사안을 도출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M&A가 협상 테이블에 다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분기 대대적인 영업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자산 확보를 위해 일부 사업을 매각하는 절차도 밟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삼성전자 외 SK하이닉스, 인텔, 퀄컴 등 다른 기업과도 M&A를 포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도 짙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