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국민의 비대면 온라인 생활방식이 일상화하면서 인터넷 트래픽이 증가하고, 초고속인터넷에 대한 국민 수요도 증가하는 등 광인프라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디지털 역량이 국가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각함에 따라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구축과 국가사회의 디지털 혁신 전면화' 과제의 핵심이 바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의 고도화라 할 수 있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구축을 내세우고 있지만 기가급 인터넷 공급 제약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인구 100명당 기가인터넷 보급률은 3.1명으로 캐나다(3.8명)에 이어 6위(2021년 12월), 평균속도는 9위(2021년 10월) 등 최근 그 위상이 하락하고 있다. 원인 가운데 하나는 구리선을 이용하는 유선전화(PSTN) 서비스 제공 의무로 말미암은 이중망 투자 및 운영 부담으로 광인프라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PSTN 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보편적서비스 제도가 20년 이상 유지되면서 광인프라 확산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보편적서비스 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에서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전기통신서비스를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1998년에 도입되었다. 손실이 발생해서 시장 기능으로는 제공되기 어려운 기본적 통신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대표적인 보편적서비스는 PSTN을 이용한 집전화와 공중전화로, 현재는 이동전화 보급으로 그 역할이 매우 약화되었다. 기술적으로도 구리선 PSTN은 이미 신규 장비 공급과 교체 부품 생산이 중단되어 유지·보수가 어렵고, 광케이블에 비해 전송 효율이 떨어지고 전력 소모가 심하며, 장애 복구도 어려운 기술이다.
제공사업자 입장에서도 PSTN 서비스를 보편적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 원가의 60% 정도만을 수익으로 회수하는 만성적 적자를 감수하고 있어 결국 구리선 PSTN 서비스는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사업이 됐다.
PSTN 서비스의 수익성 악화 및 역할 감소는 해외도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국가 광인프라 투자에 집중하고, 유선망 중복 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PSTN 종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PSTN 서비스 종료 이유는 가입자·통화량 등 수요 감소, PSTN 투자비 절감, 광케이블 투자 등 망 고도화를 위한 투자 집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2014년부터 PSTN 서비스 종료를 통해 광케이블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했고, 일본도 IP 기반 서비스 수요 증가 등을 고려하여 2020년부터 IP망으로의 전환을 5년 동안 추진해서 2025년에 완료할 계획이다. 영국도 2025년 PSTN 서비스 종료를 목표로 2023년부터는 신규 청약을 받지 않을 예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집전화와 공중전화 등 PSTN 서비스 중심의 보편적서비스 제공 의무를 초고속인터넷 중심으로 전환해서 PSTN의 퇴로를 열어 주고, ICT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집중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새 정부의 국정 과제를 달성함은 물론 대한민국이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정훈 청주대 경영학부 교수 hoon@c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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