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룹도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았다.” 한화그룹의 한 관계자가 지난달 26일 지분 49.3%를 확보하기 위한 2조원 규모의 스토킹호스(조건부 투자합의)를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과 체결한 직후 한 말이다. 일각에서 공적자금 추가 투입 등을 배제한 대우조선 '헐값 매각' 논란을 제기한 데 대한 반박이다. 이 관계자는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퍼펙트 스톰으로 세계 경제가 위기이고, 기업도 비상 경영에 나서고 있지 않으냐”면서 “대우조선의 신용 위험도는 높은 상태인데 인수를 마무리하면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사업과 재무 비중이 작지 않아서 그룹 전반의 신용도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이 현시점에서 대우조선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한 것은 국익 등을 감안한 '통 큰' 결정이라는 것이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살렸다.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이 특수선과 상선 부문 등을 전부 합친 '통 매각'을 원했기 때문이다. 잠수함과 전투함 등 특수선 부문은 국가 핵심 기술을 포함하고 있어 해외 매각은 일찌감치 배제됐다. 인수 후보군이 국내 기업으로 좁혀진 가운데 자금이 있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한화그룹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그러나 대우조선 인수가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조 문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달 말 매각 관련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들은 구성원 전원의 고용 보장과 처우 개선, 현 경영진의 임기 보장을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즉각 반발했다. 산업은행은 대주주의 고유 권한인 경영진 선임에 대해 노조가 유임을 요구하는 것은 투자 유치 절차에서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화그룹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대우조선 인수를 밝힌 것은 그만큼 인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면서 “(노조의) 합리적 요구에 대해서는 협의할 수 있겠지만 무리한 조건은 인수합병(M&A)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법은 간단하다. 대우조선 노조가 법에 어긋난 권리 및 권한을 요구하지 않으면 된다.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 투입된 혈세는 8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7일 기준 대우조선 시가총액(2조1887억원)을 감안하면 비슷한 규모의 회사를 3개 이상 살 수 있는 수준이다. 국민 상당수는 자력갱생에 실패한 대우조선 임직원이 앞으로도 혈세로 연명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제는 대우조선 노조가 국익을 위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때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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