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가 최근 불거진 망 이용 대가 논란에서 국가 디지털 인프라로서 망의 가치와 정당한 이용 대가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 한국이 20년 투자해서 구축한 통신망을 '공짜'로 사용하겠다는 구글에 통신사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1개 사례라도 이용 대가 거부가 인정될 경우 글로벌 기업의 연쇄 이탈이 우려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사는 구글의 공짜 망 이용 대가 주장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중장기 방어 전략 위주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논리 대응에 나선다는 것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12일 '망 무임승차 하는 글로벌 빅테크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간담회를 진행한다. 콘텐츠 제공기업(CP)도 통신망의 기업 이용자로서 망 이용 대가 부과 대상이라는 점을 논증하고,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할 때는 콘텐츠 제작자의 수익 배분을 줄일 수 있다는 구글 주장의 부당성을 알릴 계획이다. KTOA는 세계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등과 국제 공조를 모색하는 한편 일반 이용자 대상으로 망 이용 대가 실태를 명확하게 알리기 위한 캠페인 추진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개별 통신사 차원에서도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넷플릭스와 망 이용 대가 소송 당사자인 SK브로드밴드, 모회사인 SK텔레콤은 망 이용 대가 관련 부서가 모두 참여하는 별도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응 마련에 나섰다. KT는 경제경영연구소 중심으로 대응 논리를 모색하는 한편 GSMA 이사로서 여러 국제 회의에 참석, 글로벌 사업자들과 함께 현안 문제 공동 대응법 등을 협의하고 있다.
통신사는 망 이용 대가 논쟁을 통신업계의 지속 성장을 좌우할 중요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구글이 한국에서 망 이용 대가 거부의 정당성을 확보할 경우 글로벌 기업의 망 이용 대가 연쇄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사와 직접 연결하고, 망 이용 대가를 내지 않는 기업은 구글과 넷플릭스 2개사뿐이다. 기존 망 이용 대가를 내던 기업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GSMA 역시 구글과 넷플릭스가 한국 사례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망 이용 대가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 한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CP와 통신사의 망 이용 대가 전면적 논쟁이 한국에서 불 붙었지만 양측 간 감정싸움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면서 “기업 이해관계에 따른 사업자 문제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디지털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 측면에서 정부와 국회가 책임감을 발휘해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구글·넷플 등 이용료 지불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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